▲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정부가 용산 개발 풍선효과를 잡기 위한 대책에 나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그것.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정부가 투기 거래가 성행, 지가가 급등한 지역에 대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서울 내 토지에는 모두 건물이 지어져 있어서 오는 20일부터 내년 5월 19일까지 지정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13년 만에 재개된 개발, 용산은 '들썩' 


지난 6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용산 정비창 부지에 8000세대의 '미니신도시'가 들어서게 된다. 13년 만에 다시 나서는 용산 개발인 만큼 투자자들도 대거 몰려 일대가 들썩였다. 서부이촌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 직후 매도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도 올렸다"고 전했다. 

14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주요지역에서 아파트 값의 하락이 급가속 됐지만, 용산은 일정선에서 하락이 주춤한 모양을 보였다.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6%로, 정비창 개발 호재로 대체로 관망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의하면,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전용 59㎡가 현재 11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대림아파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나기 전에는 급매물도 있었지만, 발표 다음날부터 '호재다' '신호탄이다'라는 말이 나왔다"며 "급매물은 쏙 들어가고, 매매가 이뤄져 현재 물건도 없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지켜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 실거주 2년 조건도 있고, 상가도 직접 운영해야 한다"며 "자금출처조사를 밝히는 것처럼 투기를 하지 말고, 토지도 용도 대로 쓰라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 출처 = 국토교통부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장은 '술렁'


이날 국토교통부는 용산 정비창 부지와 인근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에 대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정 범위는 용산 정비창 부지와 용산구 한강로동·이촌2동 일대의 정비사업 구역 중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13개소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수심리 자극이 우려되는 인근 정비사업지 중 조합원 지위양도가 허용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허가대상 면적을 법령상 기준면적인 도시지역 중 주거지역 180㎡초과의 10%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번 지정에서는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실효성 확보와 함께 도심지 지정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허가대상 면적을 법령상 기준면적 이하로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지정기간은 1년이다. 향후 국토부는 토지시장 동향과 인근 정비사업 추진 현황 등을 지속 모니터링해 지정기간 만료 시점에서 재지정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허가대상면적을 초과하는 토지 취득을 하는 경우, 용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하면 거래는 무효가 되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당해 토지가격의 3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또한 일정기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있다. 불이행 시 구청장의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가 가능하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고 2년간 매매와 임대가 금지된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 출처 = 국토교통부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용산 정비창 부지 인근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지가상승의 기대심리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게 됐다"며 "향후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 따라 추진되는 다른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사업 규모와 투기 성행 우려, 주변 여건 등을 종합 감안해 필요 시 허가구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85년 충남 대전시와 대덕군 일대의 대덕연구단지에서 처음 시행됐다. 당시 건설부는 “땅 매입과 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기 세력의 땅 투기와 가격 상승이 우려돼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게 됐다”고 시행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무력화' 시키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면서도 가수요가 100% 줄어들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투기 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수요가 완전히 차단될 지는 의문이다"면서 "용산에 들어오는 분들은 자금여력이 되면서, 주택을 마련하려는 수요 목적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가수요는 차단되는 효과가 있어도 수요가 확 줄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신태수 전국개발정보 '지존' 대표는 "과거의 전례로 봤을 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가수요 차단에 꽤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실수요자가 못 오는 경우는 없다"면서 "다만 돈을 벌기 위해 온 '투자자'들에게는 찬바람이 불 것이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특히 자금출처조사도 있는데, 그것도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