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주류업계가 일제히 소주 도수를 낮추면서 ‘저도수’ 전쟁이 다시 발발했다. 최근 하이트진로도 ‘참이슬 후레쉬’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추면서 소주 시장 1·2위가 모두 알코올 도수를 16도대로 낮췄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이유는 소주 시장의 흐름이 ‘쓴 술’보다는 ‘부드러운 술’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과거 25도가 일반적이었던 소주 도수는 2006년 롯데주류의 20도 ‘처음처럼’이 나온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19도가 됐고, 2014년엔 18도, 2018년엔 17도까지 낮아졌다. 이후 지난해 16.9도로 나온 ‘진로이즈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처음처럼도 도수를 내렸다. 이에 최근 하이트진로 마저 17도인 참이슬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췄다. 지난해 3월 17.2도에서 0.2도 낮춘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이처럼 순한 술 트렌드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코로나19 여파로 회식 문화가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도수가 높고 강한 술보다는 집에서 편히 즐기는 혼술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또한 주류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류 기업들이 소주 도수를 보통 1도 낮추면 원재료의 주정(알코올)이 감소해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본래 희석식 소주는 고순도 에탄올인 주정을 물에 탄 뒤 감미료 같은 첨가물을 넣어 제조된다. 즉, 알코올에 물을 탄 것이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다. 이 과정에서 주정은 주류회사가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알코올을 사와서 가공하는 형식이다.

즉, 주류회사가 제품의 원가를 낮추는 길은 주정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통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 0.6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소주 도수가 20도였을 때를 현재 16.9도 소주 도수와 비교하면 3.1도 낮아졌다. 이는 계산하면 한 병에 18원의 원가가 내려갔다. 

수익성 이외에도 마케팅 방면에서 또 다른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가 넘는 술은 광고 방송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상파 TV는 물론 라디오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광고를 할 수 없다. 현재는 진로이즈백, 처음처럼 등이 오후 10시 이후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고 참이슬도 곧 TV광고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갈수록 순해지는 소주가 소비자들의 혼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인지, 원가인하와 광고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인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