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백신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도 나온다. 프랑스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최고경영자(CEO)가 한 인터뷰에서 백신을 개발하면 투자를 한 미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이 반박에 나섰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폴 허드슨 사노피 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투자했으므로 가장 많은 양의 백신을 선주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사노피 본사가 있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강한 질타와 유감 표명이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아네스 파니에 뤼나셰 국무장관은 14일 쉬드라디오에 출연해 “금전적 이유를 근거로 특정 국가에 백신 제공 우선권을 주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두아프 필리프 총리도 트위터에 “코로나19 백신은 세계를 위한 공공재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은 국제적인 공공이 이익이 돼야 한다”면서 “접근 기회는 공평하고 보편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자 허드슨은 진화에 나섰다. 허드슨은 미국 우선 공급에 대한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고 백신 개발 시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럽 국가들이 백신개발 지원에 미국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노피의 발언은 일단 에피소드로 끝났지만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 전ㆍ현직 정치 지도자와 전문가 140여명은 세계보건기구(WHO) 총회를 앞두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전 인류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라”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작성해 14일(런던 현지시간) 유엔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공개서한에는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 조제 마누엘 바호주 전 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한국인 중에서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개발연구소장과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백신 공급 우선순위가 코로나19 대응 최전선 종사자, 취약집단, 빈곤국이 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관련 지식과 데이터, 기술을 전 세계 각국에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무상으로 활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