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지난주 나이 드신 부친과 내가 각기 기계 앞에 헤메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친은 인터넷으로 정말 어렵게 어디 송금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송금처가 달라서 곤욕을 치루었습니다. 다행히 송금처에 전화를 해서 돌려받는 일로 마무리가 되기는 했는데, 여전히 어렵겠지요. 나 또한 모바일로 회원 가입한 게 있는데

막상 회원사를 이용하려니, 비밀번호를 몰라 헤멘거죠. 확인위해 다시 인증하는 과정에서

핸드폰 글씨는 잘 안보이고, 인증 시간은 짧고 해서 진땀을 뺐습니다.

이렇듯 오프라인 상에 불편함을 넘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하고, 이용하려해도

방법론에 서툴러서 실질적인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의 배후로 지목된 천재 데이터 분석가 기업의 내부 고발자가

전세계 68개국 200여개 선거에서 유권자 개개인을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겨냥해 벌인 심리공작의 전모와 통제되지 않은 고객의 데이터 활용을 충격적으로 고발한 내용을 보니

마음에 더 큰 불편과 불안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책에서 고발한 것을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상으로 우리가 애써(?)동의한 정보들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2017년 스위스의 유명 잡지 다스 마가진에 게재된 데이터 분석 및 활용기업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바로 내부 고발자가 근무했던 회사에 대한 기사 일부입니다.

페이스북에 개인이 누른 ‘좋아요’ 68개만 있어도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좋아요’를 가지고, 피부색, 성적취향, 정치성향, 마약과 술, 개인이 온전한 가정 출신인지 이혼한 가정 출신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네요.

70개의 ‘좋아요’는 그 사람의 친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고,

또 300개의 ‘좋아요’는 배우자보다 더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고,

300개 이상의 ‘좋아요’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2017년 지구공동체 건설하기라는 다소 대담한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취지는 수십 년간 여러 종류의 집단에 속한 회원수가 4분의 1이나 줄었다고 탄식하며, 이공동체를 재건하는 부담을 페이스북이 지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민간 기업으로서는 대단한 발상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그 말에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세계 곳곳의 페이스북 데이터가 제3자들 손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이용되는 일을 빗대,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기 전에 기존 공동체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보호하는 일에 우선 신경 쓰라는 날선 공박을 보냈습니다. 앞서 얘기한 내부고발자 회사가 페이스북 자료를 활용해 문제가 되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2013년 창립한 미국의 데이터기반 선거 전문회사 ‘시바스 애날리틱스’의 기업 사명(使命)

가운데 하나가 ‘나쁜 놈이 되지말자'라네요.

어떠신가요?

날마다 더 편하다는 이유로 스마트 폰에 새로운 앱을 설치하라는 제의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주저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웹 사이트나 전화를 이용하는 쪽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터,

디지털 지식을 좀 더 쌓아야겠고, 동의 등을 하는데 좀 더 시간을 들여야겠습니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