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아우디코리아(이하 아우디)의 국내 매출 성장세가 심상치않다. 지난 2018년 4월 영업을 재개한 후 매서운 속도로 경영 실적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배기가스 인증 조작 사건(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다시 차량을 적극 구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토요타, BMW, 벤츠 등 경쟁업체들이 불매운동, 화재 리스크, 디젤 게이트 등 불미스러운 일로 진통을 겪는 점이 아우디에 반사이익을 안겨준 모양새다. 

반론도 있다. 아우디가 현재 상승세를 탄 점은 호재지만, 올해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우디의 실적 회복 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 아우디 코리아가 5월 11일 출시한 더 뉴 아우디 A7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 출처= 아우디 코리아

아우디는 국내 신차 물량을 성공적으로 확보함에 따라 작년까지 3년 연속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왔다. 실제로 아우디, 폭스바겐 두 브랜드의 한국 영업을 총괄하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는 작년 영업손실 3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여전하지만 이는 전년(633억원) 대비 41.5% 가량 개선된 수치다.

같은 기간 AVK의 매출액은 1조1272억원에서 6.6% 증가한 1조2012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우디, 폭스바겐 각 브랜드별 경영실적은 공개되지 않는다.

AVK의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미국발 디젤 게이트의 여파로 2016년 곤두박질쳤다가 급격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AVK는 디젤게이트의 국내 시장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2016년 7월 스스로 차량 판매 중단을 선언했으나 1년 9개월 만인 2018년 4월 영업 재개를 선포한 뒤 큰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2018년 국내에서 1만2450대, 1만5390대씩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 4위, 6위를 각각 차지했다. 전년 실적(962대·0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이후 2019년 8월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 일부 차량의 요소수 분사량 임의조작 사실을 적발함에 따라 실적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성장세가 완전히 꺾이진 않았다. 

2019년 아우디·폭스바겐 양사의 판매실적은 1만1930대(4위), 8510대(11위)로 각각 집계됐다. 양사가 2018~2019년 기간 번갈아가며 수입차 톱 5 안에 드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아우디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점은 폭스바겐 상승세와 다른 의미를 가진다. 폭스바겐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 같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갖춘 보급형 모델을 앞세운 반면, 아우디는 여전히 고급 모델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 BMW 등 프리미엄 수입차 업체가 최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나름의 성과를 거둠에 따라 AVK 경영실적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 업계, 아우디 코리아

신차 효과도 있다. 아우디는 2018년 영업을 재개한 뒤 폭스바겐보다 더 많은 신차를 출시함으로써 판매 성적을 늘리는데 기여해왔다. 2018년 4월부터 올해 5월 18일 현재까지 출시한 차량만 총 20종으로 집계됐다.(해당 수치에는 같은 모델이지만 시간차를 두고 판매된 엔진, 구동방식, 연식 등 사양별 트림도 별도 합산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우디의 재기 성공 요인으로 경쟁 업체들이 같은 기간 잇따라 악재를 만난 점을 꼽는다. 각 경쟁사가 부정적인 사건 때문에 입지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사이 아우디가 틈새 공략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MW는 AVK의 복귀가 이뤄진 2018년 화재 가능성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고, 토요타, 혼다 등 일본차 업체들은 작년 한·일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매운동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벤츠는 올해 들어 요소수 분사량 조작 혐의로 ‘제2의 디젤게이트’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처지에 놓였다. 그런 이유로 아우디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벤츠·BMW 보단 프리미엄 감성이 약간 뒤처지는 브랜드로 여겨지지만, 악재를 만난 경쟁사의 고객을 일부 흡수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초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아우디의 성장세를 발목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우디 차량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유럽 등지에 내려진 사업 중단 조치가 이제 막 해제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고, 고객들의 소비 심리가 앞으로 어떤 추세를 보일지도 불투명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 기간인 올해 1~4월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아우디의 해당 기간 판매량은 4492대로, 벤츠(2만2145대), BMW(1만6454대), 쉐보레(4943대), 폭스바겐(4880대)에 이어 5위를 점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우디가 현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면 올해 흑자전환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작용함에 따라 올해 3~4분기 실적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우디는 신차 라인업을 지속 보강하고 A/S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마케팅 활동을 지속함으로써 판매 정상화를 이뤄나갈 방침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업상 차질을 방지·극복하기 위해 전시장, 서비스센터 등 전사적 차원에서 공들인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아우디 관계자는 “아우디는 프리미엄 브랜드 경험을 더욱 많이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품질, 역량 강화, 신차 출시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비즈니스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본사와 긴밀히 협력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18일 서울 광진구 모처에 아우디 A4 40 TFSI 한 대가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