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철 동아오츠카 마케팅전략팀 부장이 자사 제품을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제가 참여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애착 때문에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었어요.”

최근 서울 동대문구 동아오츠카 본사에서 만난 이준철 마케팅전략팀 부장은 20년 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직하지 않고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직장에 쭉 머무르지 않을 뿐더러, 현재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도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첫 직장을 20년 동안 다닌 장기근속자는 언제나 진흙 속 진주처럼 존재한다.

이준철 동아오츠카 마케팅전략팀 부장은 2000년 3월에 회사에 입사해 영업부서 8년, 마케팅 부서에 12년 동안 근무했다. 이준철 부장은 처음 남부지점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현장에서 근무하다, 본사 영업전략팀에서 2년 정도 근무했다. 이후 다시 강남지점의 영업팀장으로 발령받았고 현장 경험을 토대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 부서에 몸담았다. 입사 당시 함께 들어온 동기는 8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혼자 ‘생존’해 있다.

이 부장은 “처음 근무를 영업직으로 시작해 현장을 알다보니 이후 오란씨, 오라떼, 블랙빈, 데미소다 등 가장 최근 맡고 있는 오로나민씨까지 마케팅 관련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다만 영업은 딜러와 소통하는 반면,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기 때문에 초반에 둘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 이준철 부장이 20년 동안 달라진 회사 사내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20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니다보니 이 부장의 신입사원 시절과 현재의 사내 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그 중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역시나 ‘주 52시간제’다.

이 부장은 “영업파트에 있을 때는 당시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면서 “실적이 곧 결과였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쉬는 것이 보통이었고, 지금의 주52시간제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52시간제로 가정에 충실하게 되면서, 사내문화도 자율적인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면서 “예전에는 막내가 먼저 퇴근하면 열정이 없다는 인사 평가가 내려졌는데, 지금은 퇴근시간이 되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변화를 가장 체감한다”고 덧붙였다.

조직에서 세대차이나 거리감을 느낀 적 있냐는 질문에 이 부장은 “매일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과장 때까지는 그래도 아래와 위 모두 소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차장을 달고 나서는 아무래도 아래와의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면서 “나도 모르게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만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발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의식하고 피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 이준철 동아오츠카 마케팅전략팀 부장이 과거와 현재 달라진 업무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사내문화와 근무형태도 바뀌었지만 20년 동안 업무적인 면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 부장은 마케팅의 판도는 ‘스마트 폰’의 등장과 이전으로 나뉜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폰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TV, 라디오, 잡지, 신문 4개 매체에만 집중하는 방식이었다면,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마케팅의 TV 비중은 줄고 지상파보단 케이블로 넘어가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모델의 선정 방식이나 소비자를 움직이는 감성도 변했다. 이 부장은 “스마트폰 이전에는 모델을 선정하는 면에 있어서 유명도와 화제성을 따졌다면, 현재는 감정코드가 변해 신뢰와 재미를 둘 다 잡는 면이 가장 좋긴 하지만, 재미를 더 위주로 가져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광고의 변화는 동아오츠카의 오로나민씨 광고로도 잘 알 수 있다. 가장 이슈가 된 전현무의 오로나민씨 광고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배우 송진우를 발탁해 B급 감성을 녹여냈다. B급 감성 이외에도 요즘 가장 강력한 ‘치트키’로 쓰이는 트로트 감성을 넣은 점도 밀레니얼 세대뿐 아니라 윗세대에까지 이질감 없이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제품의 타깃 연령층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1991년도에 출시된 데미소다처럼 출시된 지 오래된 장수 브랜드는 올드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젊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이 부장은 “데미소다 마케팅을 맡을 당시에는 젊은 세대에 어떻게 하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제일 고민했고, 당시 시장조사를 했을 때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오랜만에’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면서 “오랜만에가 아닌 ‘오늘도’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게 댄스대회, 페스티발, 클럽 등을 위주로 10대보다 20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 이준철 동아오츠카 마케팅전략팀 부장이 자사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그렇다면 한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부장은 고비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1순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팀원들과 함께 성과를 낸 짜릿함이 버티게 해주는 것 같다”면서 “또한 동아오츠카 대부분의 브랜드에 관여해서 그런지 제품에 대한 애착도와 더 좋은 빅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아쉬운 마음도 함께 작용했다”고 말했다.

동아오츠카에서 20년 동안 달려온 이 부장은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는 “현재 맡고 있는 오로나민씨 브랜드를 앞으로 새로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가장 가까운 목표”라면서 “더 나아가서는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탄산가스 볼륨을 7~8(시중 탄산음료 볼륨 4)로 만들어 입에 대기만 해도 따가운 강한 탄산음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