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헬스 ‘3대 新산업’ 육성
신약 개발 R&D 연평균 3000억 투자
제약업계 위한 실질적 지원대책 필요

▲제약산업은 실패 위험 크지만 신약 개발 성공 시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고위험, 장기투자 업종으로 꼽힌다.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되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넘는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복잡한 과정을 어렵게 통과해도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위험부담이 매우 큰 산업이지만 개발한 신약이 성공할 경우 얻게 되는 과실은 매우 달다. 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는 신약 하나로 평균 매출 10조원을 기록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 올라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신약을 만들기 위해 묵묵히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가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영세한 만큼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약 개발 위한 정부 R&D 투자 미흡

정부는 지난해 5월 바이오헬스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R&D 투자를 오는 2025년까지 연간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약바이오 업계를 위한 투자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바이오헬스산업이란 이름 안에 너무도 많은 분야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생명공학, 의·약학 지식에 기초해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분야도 모두 아우른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를 차세대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결실을 보기 위해선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실질적 이행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신약개발 정부 R&D 투자 추이 및 바이오 분야 투자 대비 비중(2011년~2018년) 출처=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주요 R&D 예산은 5278억원으로 전년(4669억원)보다 13.0% 증가했다. 시행계획 대상 사업은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치매 극복 연구개발, 감염병예방·치료기술개발 등 총 52개다. 복지부는 신규과제에 1495억원, 계속과제에 378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혁신 신약·의료기기·재생의료 등 차세대 유망기술 신규과제에 592억원을 투입하고, 100만 명 규모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등 신규과제에 51억원을 지원한다. 또 치매, 감염병, 정신질환 등 치료기술 개발 등의 신규과제에 230억원을 투자하고, 병원 중심의 공동연구 기반 구축 등 연구 생태계 혁심거점 육성을 위한 신규과제에 100억원을 지원한다. 해외 의존성이 높은 백신의 자체개발, 수입 의존 화장품 기초소재와 노인·장애인 보조기기 등 국산화 지원을 위한 신규과제에는 291억원이 투입된다.

전체 예산이 여러 곳으로 분산됨에 따라 정작 신약개발 등 의약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이행방안 필요

우리나라 정부는 매년 신약개발을 위한 R&D 사업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의 R&D 예산 중 2조4230억원이 신약개발 연구에 사용됐다. 연평균 금액으로 환산하면 3029억원이다.

정부 기관 중 보건복지부가 신약개발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8년간 신약개발 연구에 9819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7764억원, 산업통상자원부 2570억원 순이었다. 이들 3개 부처의 투자 총액은 1조1807억원으로 전체의 48.7%를 차지한다.

정부 기관은 주로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출자했다. 2018년 기준 전체 투자비용(3576억원)의 33.4%인 1194억원이 후보물질도출 및 최적화 단계에서 사용됐다. 다음으로 인프라 931억원, 비임상 512억원, 임상 491억원, 타깃발굴 및 검증 311억원 등이었다.

▲ 신약개발 단계별 정부 R&D 투자 포트폴리오(2018년)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같은 해 의약품 종류별 투자현황을 보면 신약에 가장 많은 비용인 2407억원이 투입됐다. 이밖에 공통기반기술에 827억원, 개량신약에 140억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질환별 신약개발 연구 비용은 종양질환 1035억원, 감염증 427억원, 면역계 질환 245억원, 퇴행성 뇌질환 201억원 등으로 확인됐다.

정부 기관의 신약개발과 관련된 총 투자비용은 지난 2011년 2887억원에서 2018년 3576억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3.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규모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축적했다. 의약품 수출은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에 대한 신약 기술 이전 규모는 2018년 기준 5조원을 돌파했다. 지속적 R&D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장려 등 내부적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소요 비용이 막대하고 투자금의 회수기간이 더딘 만큼 개별 기업만의 연구개발 투자에 의존하기 어렵다”며 “국가 R&D 자금의 획기적인 지원 확대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