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만나는 시간 재공지 드립니다. 6시 56분에 로비에서 만나요.” 여러분들 이런 미팅 시간 요청 받아 보신적 있으신가요?

제 영국인 지인이 7시 회의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사전 재공지 이메일을 보내주면서 6시 56분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헐, 6시 50분도, 55분도 아니고, 정확히 56분에 만나자니.” 그 지인의 극강의 디테일에 헛웃음이 났습니다.

문화차원모델의 ‘시간차원 (Time Dimension)’분류에서 영·미의 앵글로색슨계 사람들은 ‘순차적 시간문화’에 해당됩니다. 이 문화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펼쳐 놓은 것처럼 인식되고, 시간은 규칙적이고 순차적이기에 측정 가능한 것이죠. 당연히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최단시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최상경로’를 찾는 것이 효율적이라 인식합니다.

이들에게 ‘시간’은 물건처럼 소모될 수 있는 유한한 자원이기에 스케줄 역시 매우 타이트하게 짜는 경향이 있고, 특히 이 문화권의 비즈니스맨들은 사전에 정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대를 매우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어기는 것이 자신의 계획된 비즈니스 일정에 전체적인 연기 또는 조정 등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이 문화에서는 특수한 상황보다는 보편적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순차적 순서를 따르는 ‘선착순(First come, First served)’문화가 일찍이 개념화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모국어인 영어에도 이러한 시간 개념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약속시간을 정할 때도‘6시에(at 6)’ 또는 ‘6시 정각(at 6 sharp)’과 같이 말이죠.

반면 시간문화에 있어 한국은 ‘동시적 시간문화’에 속합니다. 이 문화에서 ‘시간’은 반복 순환하는 루프처럼 인식되어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인지합니다. 또한 이 시간 문화에서는 동시에 행해질 수 있는 행위의 수, 즉 동시성을 중시합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도 앞서 본 순차적 시간문화에 비하여 제약이 덜하며, ‘관계’와 같은 문화가치들을 ‘시간엄수’ 또는 ‘시간가치’보다 더 중요하게 가중치를 둡니다.

이런 이유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보다 중요한 관계를 가진 대상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시간의 유한성에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좋은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기 위해 공적인 시간 외에 사적 시간까지도 기꺼이 내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죠.

약속시간을 정함에 있어서도 한국어에는 “6시경 봅시다” 또는 “6시 전후로 뵙도록 하죠”와 같이 ‘경’ ‘쯤’ ’대략’등의 표현이 다양하고, 아예 ‘대 여섯 시’ 정도로 어림수 역시 발달되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영·미의 앵글로색슨계 국가들이 속한 ‘순차적 시간문화’에서 ‘최단경로’에 의미를 부여하여 가장 짧고 단기간 도달하는 ‘효율성(Efficiency)’를 중시한다면,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속한 ‘동시적 시간문화’에서는 상대와의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며 내실 있는 ‘효과성 (Effectiveness)’에 좀 더 가치 부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6시 56분’을 외친 저의 영국인 지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회의 당일 날 만나 제가 “왜 꼭 정확히 56분이죠?”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이 시간에 로비에서 만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미팅장소에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거든요.”라고 너무 당연한 듯 친절히 설명해주더군요.

‘시간’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단 한가지의 공통된 법칙이라고 하죠. 그러나 시간에 대한 인식은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맨이시라면, 나와 내 파트너의 시간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품위있게 글로벌 비즈니스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