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INSIDE > 전문가 칼럼
[알쓸신판] 부동산을 나누어 가지는 시대, 상생의 해법은?

지금은 ‘부동산을 나누어 가지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과거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동산 하나를 한 사람이 통째 소유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지만, 지금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부동산을 지분으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입니다. ‘부동산을 나누어 가진다.’는 개념이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아파트나 상가 빌딩 역시 ‘전용부분’을 제외한 복도, 승강기, 주차장 등의 ‘공용부분’은 아파트나 상가 빌딩을 소유한 구분소유자들이 부동산을 나누어 가지는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용부분’ 사용 및 관리에 대한 대원칙은 용도에 맞게, 그리고 지분 비율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구분소유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15일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변경하기 위해 전원합의체를 통해 선고한 3개의 판결 역시 공교롭게도 모두 공유 내지는 집합건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알쓸신판에서는 그에 대한 판례들 중 일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을 정당한 권원 없이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까?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이었고, 피고는 1층 상가의 구분소유자로서 그곳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면서 1층 복도와 로비를 점유하며 골프연습장의 내부공간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즉, 복도와 로비는 문제의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그리고 지분 비율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해야 할 ‘공용부분’인데, 피고는 이 공간을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점유·사용을 배제한 채 독점적으로 사용해 온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판례는 집합건물의 복도, 계단 등과 같은 공용부분은 구조상 이를 점포로 사용하는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어차피 ‘죽어있는 공간’이므로 구분소유자 중 누군가가 정당한 권원 없이 이를 점유·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통상 부동산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발생하는 부당이득은 ‘그 건물을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주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차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다른 누군가에게 임대할 수 없는 공간이라면 차임이라는 것도 책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산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례에서는 복도와 로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임대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의 성립과 관련이 없다며 특정 구분소유자가 공용부분을 무단 사용한 경우, 결과적으로 공용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구분소유자들은 그 특정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반환청구 할 수 있다고 판단 내렸습니다.

- 공유 부동산의 소수지분권자는 공유 부동산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다른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공유 부동산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 사람들이 지분별로 나누어 가지고 있는 공유 부동산을 혼자서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을 때 해당 부동산을 같이 점유하고 있는 다른 지분권자는 앞서 본 것처럼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서 돈으로 받아오는 것 말고 부동산 자체를 빼앗아 올 수는 없을까? 15일 선고된 또 다른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그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1/2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소수지분권자로 그 지상에 소나무를 심어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피고를 상대로 소나무를 수거하고 토지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지금까지의 대법원은 원고가 공유 부동산을 지키기 위해 청구를 한 것인 만큼 피고는 소나무를 수거해야 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 내려 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피고는 소나무를 수거할 의무는 있지만, 부동산을 반환할 의무까지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을 공동소유하고 있는 지분권자는 적어도 ‘자신의 지분 비율 범위’ 내에서는 부동산을 사용, 수익할 권리를 가지는데, 만약 부동산 전체를 피고가 반환해야 한다면, 피고로서는 자신이 ‘자신의 지분 비율 범위’내에서 이를 사용, 수익할 권리조차 근거 없이 박탈당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같은 지분권자들 간의 분쟁은 소나무를 피고가 수거하는 등 원고의 ‘방해배제청구권’을 법원이 인정함으로써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부동산 전체를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인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도 반영되었습니다.

집합건물 사용, 수익 등과 관련한 분쟁은 현재도 법리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반면, 공유 형태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는 더욱 늘어가는 추세여서 향후에도 공유 부동산, 집합건물에 대한 대법원 판례 변경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5.24  17:04:38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수단, #부동산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