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청주 ‘임장’ 가시는 분 있나요?”

카카오톡 부동산 오픈 채팅방은 투자자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요즘은 청주 ‘임장(현장 방문)’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 재건축·재개발 투자와 관련해 말이 오갔고,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이 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비규제지역이 최대 화두였다.

느닷없이 청주가 나온 건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유치 발표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부지로 충북 청주 오창읍을 선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14일 예비타당성조사를 시작해 2022년 이전에 사업 착수, 2028년에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방사광 가속기는 ‘최첨단 거대 현미경’이다. 태양보다 100경 배 밝은 강력한 X선으로 원자 크기의 물질 구조를 분석한다. 기초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첨단장비이자 신약과 차세대 신소재 등 개발에 이용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설비이기도 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청주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하면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약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과 13만7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인구 유입 활성화는 시장에 큰 호재로 다가온다. 출퇴근 수요가 들어오고, 연관 산업체들이 정착하면 인구가 점점 늘어나 부동산 시장에 수요로 잡히게된다. 예컨대 분당 부동산 시장이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살아났던 것처럼 말이다.

정부 발표에 청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발표 즉시, 프리미엄(웃돈)이 4000만~5000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늘었다. 복대동 ‘신영지웰시티 1차’ 전용 99㎡는 5월 8일~18일 간 12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의 매매변동률을 보인 청주는, 올해부터 상승 전환돼 0.60%(5.18) 올랐다.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다. ‘호재’가 아닌 ‘거품’일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호재 출현에 집값이 올랐던 지역은 더러 있었다. 2015년 11월 제주 신공항 건설 발표로 매매변동률이 급등했다. 2015년 11월 2일 기준 0.36%에서 0.50%(11.9), 0.52%(11.16)로 점점 오르다, 12월 14일 1.01%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6년 5월부터 보합세에서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규제하면 할수록 집값에 대한 환상은 커져간다. 호재에 대한 집착은 강해진다. 공인중개업자들은 “갭투자자들은 비규제지역을 찾다가 남하했다”고 말했다. 청주 역시 지난해 말부터 들썩이더니, 미분양이 500가구 이하로 줄어들면서 시장 전환이 이뤄졌다. 이번에 가속기 유치로 시장이 달아오른 것이다.

정부는 마땅히 시장 불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투기를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기로 올라간 ‘거품’이 꺼지면 피해는 실수요자인 서민이 받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임기가 반 이상을 지났다. 정부는 남은 시간 동안 거품에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을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