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자산 규모 업계 '막내' 격인 하나카드가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맞춰 비상을 준비 중이다.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하나카드는 디지털 전환을 내세운 '한 발 빠른' 공격적인 영업으로 가파른 순이익 상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연이은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하나카드가 향후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메기로 거듭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나카드가 지난 19일 디지털카드를 출시했다. 디지털카드란 플라스틱 카드 등 실물 없이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전용 카드를 말한다. 최근 들어 플레이트가 없는 디지털 카드를 선보인 곳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단 두 곳에 불과하다.

하나카드가 선보인 이번 디지털카드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카드는 주요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 등 이용 금액의 5~10%를 적립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카드 출시와 함께 진행 중인 하나머니 적립이벤트로 고객들은 온라인 쇼핑 사용금액과 점심값을 50% 가량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쇼핑 1회당 최대 1만원의 하나머니를 적립할 수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적립이벤트와 함께하는 이번 디지털 카드는 단종될 우려가 나올 만큼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카드의 피킹률은 50%에 달한다. 피킹률이란 신용카드 사용 금액 대비 받을 수 있는 혜택의 비율을 의미한다. 가령 신용카드로 50만원을 써서 5만원의 혜택을 받으면 피킹률은 10%다. 혜택 좋은 알짜 카드는 통상 피킹률이 5% 이상이다.

금융권에도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카드 없는 카드사'를 위한 카드사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간편결제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더불어 카드사들의 디지털화가 확대될 수록 기존 실물 카드 제작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플레이트 없는 디지털 방식 결제 플랫폼 ‘디클럽(D-Club)’을 선보인 바 있다. 신한페이판(PayFAN)을 통해 디지털로 구현한 이 서비스는 카드 신청·발급·이용·상담 등을 실물 카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 역시 상반기 중 디지털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카드가 출시한 디지털 카드는 실제 상품이라는 점에서 타 카드사들 보다 디지털 전환에 한 발 빨랐던 셈이다.

하나카드는 디지털카드 출시에 이어 불과 이틀만인 지난 21일 고객이 원하는 이벤트 혜택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상업자 표시 전용 카드(PLCC)도 선보였다. 이 카드는 SK플래닛과의 협업을 통해 출시 됐으며, '시럽(Syrup) 월렛' 앱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다. 이용 고객들은 이 앱을 통해 매월 사용금액 뿐만 아니라 이벤트 혜택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핀테크 업체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함께 '토스 신용카드'도 출시했다. 전달 이 카드의 사전 예약 신청은 20만 건에 달해 출시가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디지털 도입으로 인한 비용절감 전략은 하나카드를 호실적으로 이끌고 있다. 하나카드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182억원 보다 66.5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의 순익은 각 3.50%, 5.30%, 7.30%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삼성카드의 경우 오히려 6.7% 떨어졌다.

하나카드는 올해 자금 조달 방식에 있어서도 한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하나카드는 지난 2월 3억달러(약 3477억원) 규모의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조달 창구 확대의 일환으로 카드사들의 해외 ABS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ABS는 일반 카드채보다 약 0.3%포인트 금리가 낮은 이점이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3일 4억달러(약 4872억원), 우리카드는 지난달 9일 2억7000만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해외 ABS발행을 각각 발행했다.

▲ 출처=각 사.

각종 분야에서 이 같은 하나카드의 발 빠른 시도는 자산규모 기준 업계 하위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행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 자산규모 기준 순위는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의 순이다.

하나카드는 소비자 보호 등 내실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카드의 올 1분기 회원 10만명당 민원 환산 건수는 전 분기 대비 5.9%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자체민원은 22%, 대외민원은 3.3% 감소했다.

그러나 카드론 취급액이 높다는 점은 하나카드가 대비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하나카드의 올 1분기 카드론 취금액은 1조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8040억원 보다 34.5% 증가했다. 이는 전업 카드사 7곳 중 가장 높은 증가세다. 일반적으로 카드론 금리는 15~20%로 시중은행 대비 10%(포인트) 높아 코로나19 여파 등 경기침체 장기화에 카드론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카드사뿐만 아니라 지주 전체적으로 여러 부서에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던 전략"이라면서 "이런 노하우들이 쌓여 최근 관련 상품들도 빠르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카드는 타 카드사에 비해 카드 발급 등 금융상품 운영을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라며 "이에 카드론 연체율 등도 일각에서의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