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들이 각 기업의 1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여러 기업들의 실적에는 이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마이너스 수치들이 두드러졌다. 

특히 국내 재계순위(2019년 공정위 기준) 7위 GS그룹과 13위 두산그룹의 실적 공통분모에 시선이 집중된다.

무거운 기둥이 흔들리면

두산그룹(이하 두산)은 현재 120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 그로 인한 건설경기의 침체로 인해 건설 사업부문에서는 손실이 계속 누적됐다. 

한 번 분위기가 반전되면 매서운 상승세를 타는 건설업의 속성을 ‘믿고 간’ 두산은 그룹의 주력산업인 중공업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두산건설을 편입시키는 극약처방을 내려 건설업의 명맥을 이었다. 그러나 건설업으로 시작된 두산의 위기는 멈추지 않았고 연쇄반응으로 중공업까지 이어졌다. 

중공업이 잘 버틸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중공업 중에서도 몇 가지 특수 분야에 고정된 사업의 포트폴리오는 위기에 취약했다. 건설과 중공업 등 ‘무거운’ 주력 산업들에 닥친 위기를 견디지 못한 두산은 그룹의 상징과 같은 두산타워를 매각을 고려하는 등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 두산의 건설사업부문은 두산그룹이 현재 처한 위기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은 두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두산 위브' 출처= 두산건설

GS그룹(이하 GS)이 처한 현재의 위기도 두산의 선례와 상당히 비슷하다. 

지난 11일 발표된 GS의 1분기 실적에 시선이 집중된다.   

1분기 GS는 전 계열사 통합 매출 4조196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부터 1년 전매출 4조4180억원, 영업이익 512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예상을 넘어서는’ 부진이다. 특히 1년 만에 무려 98.1%가 감소한 1분기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선 순이익은 GS가 마주한 위기를 잘 보여준다. 

GS의 주력 사업인 정유·석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GS칼텍스의 실적 악화가 결정타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인한 원유 수요의 감소 그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원유 정제 마진율 하락 등은 GS칼텍스에게 모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GS칼텍스는 매출 7조715억원, 영업손실 1조318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의 정유사업 부문은 전체 영업손실 수치를 넘어서는 1조11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체 영엽손실 규모를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에는 석유화학과 윤활유부문에서 각각 영업이익 202억원, 672억원을 기록한 것이 반영됐다. 1분기 GS칼텍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2% 감소한 5조5093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재 영역’의 존재감

두 기업의 최근 실적을 보면 ‘무거운’ 인프라 산업의 부진, 내수 위주의 소비재 영역의 존재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실제로 GS의 유통사업부문인 계열사인 GS리테일은 롯데, 신세계 등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해당 부문에서 극심한 부진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GS리테일은 매출액 2조141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 그리고 순이익 490억원을 기록했다.

동종업계의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유통업계에서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만으로도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GS리테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을 개선하는 기염을 토한다. 지난해 1분기 GS리테일의 실적은 매출 2조820억원, 영업이익 210억원 그리고 순이익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만에 약 4배 늘어났다. 정유분야의 손실은 분명 뼈아팠지만 유통 사업부문의 호실적은 GS가 장기 관점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 GS의 유통사업부문 GS리테일의 실적 추이. 출처= GS그룹

두산에게서는 GS와는 다른 의미로 소비재 산업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2000년대 이전 두산의 주력사업은 주류(OB맥주), 프랜차이즈(KFC), 식음료(종가집 김치), 생활용품(3M)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소비재의 제조·유통 부문이었다. 그러나 주류 부문에서 시작돼 그 외 두산이 취급하던 소비재 전 영역으로 퍼진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는 해당 사업부문은 여러 곳에 매각된다. 이후 두산은 중공업, 건설, 중장비, 플랜트, 연료 등 인프라 규모가 큰 산업으로 주력 분야를 전환하고 해당 부문의 확장을 시도한다.

물론 당시의 선택은 두산의 사업 규모를 크게 성장시킨 계기가 됐다. 그러나 최근 인프라의 규모가 큰 산업에서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으면서 재계에서는 “과거 두산이 보유하고 있던 소비재 영역 사업부문들 중 일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심각한 위기는 없었을 수도 있다”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정 분야, 특히 인프라 투자비용이 큰 분야에 지나치게 의존한 두산은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주력산업이 크게 흔들리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기에 만약 소비재 분야에서 빠른 현금흐름으로 ‘그간의 손실을 약간이라도 상쇄해 줬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GS와 두산에 닥친 위기는 여러 분야로 다변화된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위험을 분산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