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로 23일 토요일부터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였다.

예년에는 3일간의 연휴에 사람들은 가까운 근교로 여행을 가거나 따뜻한 날씨 덕분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야외에서 바비큐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텐데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다.

바비큐용품이나 야외용 접이식 의자, 아이들용 튜브 수영장 등을 해마다 팔던 대형 매장에서도 올해는 자그마하게 한 구석에서 판매를 할뿐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비가 오다가 해가 잠시 나는 오락가락한 날씨탓에 집에서 주말을 지내다가 메모리얼데이 당일에는 해가 반짝 떴길래 모처럼 강변 산책이나 하자고 집을 나섰다.

뉴저지 방면의 허드슨 강변을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강변산책로는 맨해튼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 관광객이나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장소다.

맨해튼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려면 맨해튼이 아닌 뉴저지 지역의 허드슨 강변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허드슨 강변공원은 그동안 사회적거리두기 등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접근이 금지되어 왔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고 장기간의 자택 대피 명령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전 개방됐다.

집에서 허드슨 강변공원까지는 지하철로 2정거장 거리인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중교통을 한 2달간 일절 이용하지 않다가 처음으로 큰마음을 먹고 마스크에 장갑까지 중무장을 한 채 지하철에 올랐다.

연휴 한낮인데도 지하철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미국인들도 이제 마스크 착용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나 싶기도 하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커졌나 싶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나와서 공원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월드트레이드 센터 등 맨해튼을 대표하는 마천루들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날씨도 따뜻하고 경치도 좋으니 산책하기 좋겠다 싶던 순간, 초록색으로 가득해야할 잔디밭이 알록달록한 형형색색으로 뒤덮여있는 것이 보인다.

설마 저게 다 산책나온 사람들인가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해가 내리쬐는 잔디밭에는 빼곡하게 사람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앉아서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워낙 인파가 많다보니 6피트(약 1.8미터)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특히 걱정스러웠던 것은 잔디밭에 앉거나 누워서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의 대부분이 가족이기보다는 친구들이나 일가친척들이 모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이들 정도의 소규모이면 가족이겠거니 하겠는데 5~6명의 성인어른들만 몰려있거나 10여명이 넘는 대가족이 모여있고 혹은 대학생들로보이는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더구나 잔디밭에 앉아있는 사람들중에서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백명이 넘는 인원들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강변을 따라서 산책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사람을 피해서 찻길옆의 인도를 따라 산책을 해야 됐다.

이조차도 쉽지 않았는데 끊임없이 조깅을 한다고 마스크도 없이 앞뒤로 달리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아예 강변에서 멀리 찻길을 건너서 걸어가니 이번에는 상점앞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원래는 강변 경치를 내세워 장사를 하던 술집들인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포장만 가능하면서 술을 사려는 젊은 고객들의 줄이 늘어선 것이다.

술을 사러 늘어선 이들에게서 마스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마스크를 안쓴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걷는 것도 위험해서 결국 2달만에 처음으로 나선 강변산책을 서둘러 마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메모리얼데이 다음날로 10만명을 돌파했는데도 이날 강변에서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해변이나 수영장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마스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모습이 여러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의 코로나 신규확진자의 숫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뉴욕과 뉴저지 등이 최악을 벗어난 것일뿐 앨라배마 등의 18개주는 여전히 신규 확진자숫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으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날씨가 앞으로 더욱 따뜻해지고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파티와 바비큐를 할텐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2차 웨이브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