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상정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충돌, 홍콩 시위 재점화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들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간 대결구도가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도 홍콩리스크가 미국 대선까지의 단기 이슈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양회에서 발표된 경기부양책이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2~3분기에는 중국의 내수 시장 성장 가속화에 따라 한국에 우호적인 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전략을 세워야할 것을 추천했다.


미중 간 ‘홍콩 리스크’… 한국 증시에도 부담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중 분쟁 격화와 홍콩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홍콩 시위 재확산과 홍콩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올 하반기 미중 무역분쟁 발생 가능성과 관련,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기본 시나리오(확률 50%)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파기와 고관세 전쟁 재개 같은 파괴적 선택보다는 미국의 비관세 압박(기업, 금융, 투자 제재)과 중국의 경제적 양보가 나타날 가능성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하고 시장개방도 가속화 하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주식시장도 우려했던 급락 등 큰 충격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확률 30%)는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하고 대(對)중국 상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전면적인 대중(對中) 제재에 나서는 것이다. 여기에 대응해 중국도 미국 기업 제재에 나서고 고관세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금융시장의 위험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과) 전면전을 펼칠 경우 중국은 11월 미 대선까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인내의 시간을 보낼 것이며, 이는 경기회복 지연 및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대(對)미국 경제보상을 강화하고, 양국이 2단계 미중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금융시장이 조기에 안정화되는 등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발생 가능성은 20%로 다른 2개 시나리오보다 낮다.


5G·반도체, ‘미중 신냉전’ 위협

中 내수부양 정책 기대감… 중국 내수 소비株 ‘주목’


미국이 글로벌 통신장비 1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에 대해 전면적 제재조치를 가하는 등 미중간의 ‘테크(Tech·기술) 패권’을 놓고 ‘신냉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22일 중국 기업 33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전면 제한했다. 33곳 중 24곳이 인공지능(AI), 보안 소프트웨어, 광학기술 등 첨단 IT(정보기술) 업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화웨이에 대해 지난해 이후 꼭 1년 만에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안을 내놨다. “미국의 기술을 활용해 비메모리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를 신인프라 핵심으로 추진하면서 ‘기술 국산화’ ‘기술 자립’ 등을 강화, 미국 제재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공격이 길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홍록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경제 활성화를 주도할 미래 산업으로 중국의 국산화 의지가 강한 반도체, 5G, IT, 신성장인프라 등 정보기술섹터는 미·중 무역분쟁이 재차 불거지면서 경제 외적인 노이즈가 걸리는 분위기”라면서 “중국 정보기술섹터의 성장은 미국의 중국 정보기술업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와 태클이 심하고,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중국이 투자하는 신성장산업 중에서 디스플레이와 헬스케어 분야는 신속 성장이 가능해 보여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 같다”고 첨언했다.

미·중간 충돌이 격화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의 IT 기업 성장세가 둔화해 D램 수요가 침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서 화웨이가 2018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빠졌다. 화웨이 매출이 줄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30%대에서 24.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상대로 한 해 약 8조원 어치의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26조9900억원) 중 12조5700억원(약 47%)이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

한편 중국 정부 주도의 대규모 경기부양대책들이 발표되면서 신형 인프라 관련 업종과 중국 내수 소비재 관련 종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아모레, 호텔신라 등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발생과 동시에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시작됐다”면서 “앞으로도 경기부양대책은 재정정책을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1조위안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과 3조7500억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계획도 밝혔다”며 “기업 재정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 극한 충돌 없을 듯…

변동성 확대는 위험자산 비중확대의 기회”


일각에서는 미중 간 대결구도가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이 예상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이 마찰을 지속해도 지금처럼 1단계 무역협정 수호 의지를 피력할 경우 경제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미중 마찰은 말싸움(레토릭)에 가깝다. 지난해 수준은 아직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고조가 지난해와 같은 관세전쟁의 재현, 혹은 심화로 연결돼 중국 수요위축을 유발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당시 미국은 경기호황을 누리고 있었지만 9월 이후 소비재 품목에 대한 관세부과에 부담을 느껴 이를 유예했고, 결국 올해 1월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최근 불거지는 미중 갈등은 코로나19 책임론을 가장한 첨단산업 패권전쟁과 미국 내 중국 상장기업 제재, 그리고 비인권 행위에 대한 제재로 귀결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지난해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갈등은) 정치적 이슈인 만큼 전망을 하기는 어렵지만, 양국 정상 모두 현재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트럼프가 재선카드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증시 추락으로 이어질 경우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 경제 재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신속한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낮아진 금리 부담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다시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세를 결정지을 변수는 코로나19 이슈와 이로 인한 글로벌 펀더멘탈(기초체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는 단기 변동성, 급등락을 야기할 만한 변수라는 의미다. 현재로선 코로나19의 영향력, 파급력이 더욱 압도적인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도 미중 갈등 고조에 대한 우려로 단기 등락을 보일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코로나19의 향배, 경기흐름을 따라갈 전망”이라며 “미중 갈등 고조로 인한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위험자산 비중확대의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