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엠씨가 공개한 전기 픽업트럭 허머 EV의 전면부 티저 이미지. 출처= GMC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군용 트럭을 모태로 제작돼 강인한 감성을 갖춤으로써 미국 유력 완성차 업체의 선택을 받았지만, ‘기름 먹는 하마’로 전락해 단종된 비운의 차량이 있다. 제너럴모터스(지엠)의 초대형 픽업트럭 허머(HUMMER)다.

허머가 슈퍼카에 견줄 만한 주행성능과 정숙성을 갖춘 전기차로 부활한다. 굴지의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야심차게 개발한 전기 트럭 ‘사이버트럭’의 경쟁 상대로 꼽히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출시 시점을 1년 넘게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허머 EV의 전신인 허머. 출처= 픽사베이

허머는 미군 전술차량 험비(Humbee)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반 판매 모델이다. 험비는 1990년 초 걸프전 이후 미군 차량으로 활약했다. 허머는 험비의 이 같은 활약상을 브랜드 유산(헤리티지)이자 정체성으로 갖추고 있다. 허머의 판매권은 지난 2002년 지엠에 인수돼 판매되다가 2010년 실적 부진으로 단종됐다. 허머는 지엠의 다른 동급 차량으로부터 수요 간섭을 받는 동시에 너무 낮은 연료 효율 때문에 고객에게 외면 당했다. 허머의 연비는 슈퍼카 수준인 1리터당 3~4㎞에 불과했다. 고객이 허머의 튼튼한 차체 강성과 거대한 외관 크기에서 풍기는 아우라를 누리기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비교적 컸던 셈이다.

‘연비만 슈퍼카’였던 허머는 초강력 주행성능을 갖춘 전기차 모델인 허머 EV로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지엠은 내년 말께 허머 EV를 출시하려는 계획을 지난 1월 공식 발표했다. 허머 EV는 지엠의 상용차 전문 브랜드 지엠씨(GMC)의 라인업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지엠은 허머 EV의 일부 사양과 차량 특징을 텍스트, 영상, 이미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지엠이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콘텐츠를 통해 드러난 허머 EV 특징 가운데 하나로 최고출력 1000마력(hp), 최대토크 1만1500lb-ft(1589.9㎏f·m) 등 수준의 구동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 가운데 미국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최대토크다. 토크는 차량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엔진 내 회전력을 의미한다. 지엠씨가 발표한 허머 EV의 최대토크는 현재로선 비현실적인 수치로 분석되고 있다.

▲ 허머 EV의 개방형 루프를 암시하는 티저 영상 한 장면. 출처= GMC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 일부 매체는 허머 EV의 구동력을 발표한 지엠씨를 두고 ‘소비자들을 호도한다(misleading)’든지 ‘잘난척 한다(braggadocious)’같은 표현을 써가며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앤드라이버(CarandDriver)는 허머 EV의 토크를 측정하는 공식이 통상적인 것과 다르게 적용된 것으로 분석했다.

카앤드라이버는 “쉐보레 픽업트럭 실버라도 3500HD의 V8 6.6ℓ 터보 디젤 모델을 허머 EV와 같은 방식으로 분석할 경우 최대토크가 1만4129lb-ft에 달한다”며 “통상적인 토크 산출식을 적용할 경우 허머 EV의 실제 토크는 715~834lb-ft(98.9~115.3㎏f·m) 정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허머 EV의 맞수로 꼽히는 테슬라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출처=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엠은 이례적인 차량 제원 수치나 티저 콘텐츠 등을 통해 허머 EV에 대한 시장 이목을 이끄는 데는 충분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내년 하반기 출시할 사이버트럭과 허머 EV를 비교하는 내용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허머 EV가 주행성능·효율로 대표되는 전기차로서 제품 정체성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