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28일 오후 중국 전인대에서 홍콩 국가 보안법 통과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사실상의 전면전을 준비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슈퍼파워가 재차 전쟁을 준비하는 가운데 두 나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수출지향적 경제모델 한국’에 시선이 집중된다. 자칫 거대한 폭풍에 휘말려 의도하지 않은 어려운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4대 자본시장, 무너지나

미국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한편, 중국 기술굴기의 선봉인 화웨이의 목줄도 강하게 틀어쥐고 있다.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연장하는 한편 제3국을 통한 반도체 수급도 막았고, 화웨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대만 TSMC의 미국 공장 유치까지 끌어내며 전방위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양회를 통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며 자국 전자 및 ICT 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지원을 시사하는 등 승부를 피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유럽의 일대일로 영토까지 넓히며 미국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두 슈퍼파워의 격돌은 홍콩 국가 보안법을 기점으로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당장 중국 정부가 홍콩 입법부를 통해 국가 보안법을 제정하지 않고 전인대를 통한 실력행사에 나서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홍콩 민주화 진영 및 야권은 격렬하게 반발하며 강도 높은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홍콩 인근에 집결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 국가 보안법 통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미 의회에 홍콩 국가 보안법 통과의 위험을 알리는 한편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중단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 글로벌 금융업체들의 아시아 허브로 활동한 바 있다.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통해 중국과의 교역량을 늘렸고, 중국으로 들어가는 기업의 비자 발급 등을 원만하게 해결했다. 또 중국은 남부 지방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중간 기착지로 홍콩을 낙점하며 유연한 경제 마인드를 보여준 바 있다. 지난 미중 무역전쟁 당시 두 나라가 관세폭탄을 던질 때에도 홍콩은 제한적인 영향만 받았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이 홍콩 국가 보안법 제정에 나서고,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아시아 금융 시장의 ‘퍼펙트 스톰’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교역을 위한 중간 거점지대로 운용한 홍콩이 제 기능을 상실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증시부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며 최악의 경제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제로섬 싸움이다. 비록 중국의 홍콩 수출 의존도는 1990년대 초반 40%에서 2019년 기준 12%로 크게 줄었으나 홍콩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과 무역회사들은 중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홍콩에 많은 거점을 개설한 미국도 궁극적으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위구르 관련 법안을 미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아예 전담팀을 구성해 홍콩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를 중심으로 홍콩을 입체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홍콩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내정간섭”이라 거칠게 비판하는 한편 홍콩 국가 보안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편 가르기 시대

미국과 중국이 거칠게 충돌하며 세계도 양분되고 있다.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을 중심으로는 아시아 기준 일본, 대만을 필두로 유럽까지 가세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커지자 자국에도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설치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만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줬으며 올해 초까지 화웨이와 5G 동맹을 맺는 등 미국과 다른 길을 걷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캐나다는 27일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 여부에 대한 재판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실상 미국의 편을 들어 눈길을 끈다.

▲ 출처=갈무리

중국을 중심으로는 친 중국 계열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온 동유럽 국가, 그리고 러시아가 포진했다. 친 중국 계열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일대일로의 우산으로 들어온 동유럽 국가들은 차이나머니 살포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사실상 국가 체제가 독재에 가까운 나라들이 중국과 손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헝가리다. 헝가리가 발칸반도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중국과 18억5500만달러의 차관협정을 체결한 가운데,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정국을 틈 타 종신집권의 길을 열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 기조는 여전하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부터 두 나라는 미국의 대척점에 서 탄탄한 협력을 강조했고, 지금도 그 견고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결국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 상황에서도 ‘반사이익과 피해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최후까지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8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최근 고조되고 있는 국제사회 갈등과 그 파급 효과와 관련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및 중국, 홍콩 국가 보안법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