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포스코, 현대제철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업황 부진에 코로나19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철강업계가 철광석 가격 급등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업계의 실적 반등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97.61달러로 1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발레와 호주 사이클론 등 공급차질 요인으로 12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띄고 있다. 1월에는 90달러 였고 2월과 3월에는 80달러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82.44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들어 최저가를 찍기도 했다. 

4월 80달러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들어 반등하기 시작해 둘째주 93.3달러를 기록했고 넷째주에는 98.5달러를 찍었다. 두 달 만에 다시 90달러대로 진입한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셧다운에 들어갔던 공장의 가동률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철강의 가장 큰 수요산업인 자동차 공장들은 지난 2월부터 속속들이 재가동에 나섰다. 

블룸버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일제히 가동을 시작한 중국내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공장은 3월 말 기준 평균 가동률을 85% 이상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자동차 공장 평균 가동률은 2월 중순 40~50%, 2월 말 60~70%를 기록했다. 3월 초에는 70~80%, 3월 말에는 85% 이상까지 증가했다.

이와 함께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 차질 또한 철광석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브라질은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채굴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세계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는 2020년 철광석 생산 목표치를 기존 3억4000만~3억5500만 톤에서 3억1000만~3억3000만 톤으로 낮춰잡은 상황이다. 지난해 채굴 철광석의 70% 미만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철광석 시장 내 수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계속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철강재 가격은 전월 말 대비 5%~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이 15% 이상 상승하면서 철강업체의 마진엔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철강사들의 수익성 제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철강사들은 올 1분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일례로 업계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모두 나란히 어닝쇼크를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4% 줄어든 7053억원에 그쳤으며, 현대제철 또한 영업손실 29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여파 2분기 정점을 찍은 후 3분기 부터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지 못한 철광석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반등 시기가 더욱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품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탓이다. 실제 포스코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철광석 가격이 톤당 80~85달러 수준을 보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코로나19로 전방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국내 철강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부진으로 줄줄이 감산에 들어가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생산 가동률을 낮춰 5월 한 달 간 생산량을 평시 대비 20여만 톤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월평균 생산량 기준 6~7% 감산한 양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전기로 열연강판 생산량을 70만톤대로 내려잡았다. 동국제강도 지난 1분기 봉형강 생산량을 크게 줄였으며, 세아베스틸도 군산공장의 전기로 4기의 생산량을 6월 첫째 주부터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악재로 인해 실적 반등 시점이 늦춰질 것을 우려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분기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는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의 진정이 언제가 될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인데 철광석 가격까지 올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