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과 관련, 미국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앞서 홍콩과의 특별한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ABC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이 홍콩과의 특별한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그런 지위를 잃는다고 해서 서방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 즉시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애당초 홍콩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질 것이라고 CNN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 "중국이 지난 20년 이상 홍콩을 반자율적으로 통치해 왔지만 홍콩이 더 이상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다”고 의회에 보고하면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재앙적 결정은 홍콩의 자치에 대한 약속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을 중국과 분리해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특별지위는 홍콩에 대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홍콩에 대해선 기술 이전도 일부 허용하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에서도 예외를 허용했다. 홍콩은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의회는, 국무장관이 홍콩이 특별지위를 누릴 만큼 충분한 자치권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1년에 한 번씩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다. 만일 충분한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무장관이 '홍콩이 충분한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함에 따라 이제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또는 제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홍콩의 투자자문회사 파트너스 캐피털 인터내셔널(Partners Capital International, PCI)의 로널드 완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이 미·중 파워게임의 최근 격전지가 되었다"고 말했다.

무역은 단지 일부분일 뿐

PCI의 완 CEO는 "무역은 단지 전체 이야기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미국은 홍콩에서 170억 달러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한 반면, 500억 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같은 해 미국과 중국이 거래 규모가 74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금액이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노트에서 "홍콩에 중국 관세율을 적용해도 교역량이 적기 때문에 홍콩의 미국 기업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미국이 홍콩과의 특별관계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들은 홍콩을 아시아 지역의 거점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특별지위를 끝내면,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며, 미국의 바램처럼 장기적으로 베이징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도 홍콩의 특별지위 상실로 인한 더 큰 위험은 미국 기업들의 홍콩 접근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의 홍콩 수출액은 홍콩 전체 수입의 5%에 불과하지만 홍콩 접근이 제한되면 중국 본토 사업의 거점으로서의 홍콩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경제적 피해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은 빠르게 침식될 것입니다.”

▲ “중국으로서는 홍콩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이 지역의 단기적 경제 위축 위험보다 훨씬 더 중요했을 것이다”     출처= SCMP

혼란스러운 미래

이미 수개월 동안 경찰과 민주화 시위대 사이의 충돌을 견뎌온 이 도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HSI)는 보안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22일, 2015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뉴욕의 금융서비스회사 브라운브러더스 해리먼(Brown Brothers Harriman)의 전략가들은 홍콩 달러가 미국 달러에 고정되어 있고 좁은 지역 내에서만 거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리가 급등해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도 있다.

홍콩 경제의 불안정은 외국 기업들이 아시아의 거점으로서 홍콩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다. 현재 홍콩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 기업은 1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연구원들은 "미국 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는 미국 기업들이 이미 홍콩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홍콩의 성공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도시의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었으나, 그런 능력이 근본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복잡한 관계

재계 인사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홍콩과 서방과의 관계는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완전히 푸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유라시아 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홍콩 문제를 재정립하려면 규제, 세금, 법적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어 "이런 문제들이 하루 아침에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당국의 미 달러화 거래 결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은, 홍콩 금융안정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즉각 제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홍콩을 즉시 떠나지 못할 것이며 홍콩 달러의 미국 달러 고정 같은 홍콩 금융 시스템의 주요 요소들에 대한 어떠한 위험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중국으로서는 홍콩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이 지역의 단기적 경제 위축 위험보다 훨씬 더 중요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