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금융사, 금융투자협회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최근 금융사들이 라임펀드 사태로 불거진 파생상품 신뢰도 하락으로 상품 판매가 크게 위축되면서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발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BIS 자기자본비율 확충까지 더 해지면서 조건부자본증권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5월 29일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은 29조3641억원으로 전년 동기(36조2923억원) 대비 6조9282억원 줄었다. 하지만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은 기준금리 감소 악재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저금리에 발행된 채권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조건부자본증권은 지난 2월 KB금융 4000억원, 우리금융 4000억원, 신한은행 2900억원, BNK금융 1500억원, DGB금융 10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3월~5월 사이 우리은행 3000억원, 기업은행 4000억원, 하나은행 3000억원, 농협은행 4000억원, 하나금융 5000억원, 국민은행 4500억원 등이 발행됐다. 또 우리금융은 추가적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5년 이상 후순위채권은 발행 시 채무액을 은행 보완자본으로 허용되고 있다. 10년물 후순위채는 5년까지 발행액 전부를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6년 차부터 20%씩 줄어들어 만기 시 전액 차감된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발행액 전액 자본으로 인정된다. 

올해 11개 은행 보완자본 차감액만 2조224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해당 은행들은 자본 감소분을 보완하기 위해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상회하기 위해 앞다투어 발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 3월 빅컷(50bp)에 이어 5월에 또다시 25bp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내릴수록 금융사의 수익성은 하락한다. 실제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25bp 낮아질수록 수익성에서 약 10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수수료 확보로 손실을 만회하려는 구상이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과 저금리로 인해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낮았다. 3월 24일 발행된 하나은행의 후순위채는 3000억원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에서 27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쳐, 주관사 및 인수단을 통해 총 800억원 조달을 추가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 국제유가 폭락, G2 대립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투자자금이 유입된 주식 시장에 그 여파가 미쳤다. 특히 라임사태와 같은 금융 사고로 인해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음에 따라 조건부자본증권이 뜨고 있다. 지난 5월 기준금리가 또 한번 내렸지만, 오히려 조건부자본증권에는 투자금이 더욱 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하나금융은 3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8150억원 응찰이 몰렸다. 또 KB금융도 3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상으로 몰려 발행액을 4000억원으로 늘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발행하는 후순위채에서도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KB국민은행은 3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서 4900억원 응찰이 몰려 당초 계획 대비 1000억원 증액된 4500억원 발행을 결정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져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금융사들이 자본을 늘리기 위해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금융사의 이익을 빼더라도 조건부자본증권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어 선호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