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받은 선배의 문자가 맘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이 좋은 봄날이 더워지며 정말 가는가 보라며,

봄이 ‘천천히, 쉬다가도 좋으련만!‘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왜 안 그럴까요?

내가 마음먹기를, 움직이기를 천천히 하면 어떨까요?

그것이 이 봄을 더 즐기고, 오래 잡아두는 것 아닐까하는 거죠.

며칠 전 밤에 봄비가 그친 아파트를 산책하는데,

평소 맡아볼 수 없는 나무 냄새가 진하게 나서,

아파트를 천천히 더 돌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나무 향기가 나를 치유하는 듯 했습니다.

과거 급한 성격이었습니다.

등산 점퍼를 입을 때나 등산 가방의 지퍼 등을 올릴 때

끼는 일이 많아서 아내가 고쳐주며 ‘천천히 하시라’는 핀잔을 많이 들었지요.

옛날식의 자물쇠 키로 문을 잘 열지 못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무언가를 맞추다 잘 안 되면 앙 울어버리는 장면이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그만큼 서둘렀다는 얘기였겠지요.

그런데 이제는 제법 여유를 가지려 들며 ‘천천히’라는 주문을 외우기도 합니다.

며칠 전 개인이 운영하는 숲을 갔었는데,

우리만 있는 호젓한 숲길을 걷게 되었는데, 안내자는 많이 보여주려 그랬는지

서두르는 겁니다. 내가 그분께 요청해서 천천히 숲속에 더 있는 여유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또 지하철에서 재미있는 일도 생겼습니다.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막 취업을 했을 젊은 처자가 앉았는데,

하필 핸드백의 끈이 의자 사이에 끼인 겁니다. 우연히 그걸 목격한 게지요.

조금 있다가 내려야 할 처지인 것 같은데,

끈은 안 빠지니, 얼굴은 빨개지고 거의 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서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용기를 내서 그녀 앞으로 가서 도와주겠다고 얘기하고,

천천히 반대쪽으로 끈을 잡아당기니 신기하게 끈이 빠졌습니다.

그녀가 신기한 마법 ‘천천히’를 알기 바라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틈도 없이 나는 다음 역에 내렸지요.

내게 천천히는 이 가는 봄날을

더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힘을 주는 듯합니다.

‘사랑이 우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동을 바꿀 때 최고의 사랑이 찾아오는 것이다’

최고의 사랑과 최고의 봄날은 아닐지라도,

천천히 움직일 때 따듯한 사랑과 좋은 봄날이 우리 곁에 더 있지 않을 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