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은 무인매장 기술을 소매업체들이 원하는 대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오픈 소스' 형태로 만들어 소매업체들의 호응을 얻으려 하고 있다.     출처= GeekWir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마존이 무인점포기술로 그동안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던 최대 유통업체들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거래되지는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덴트(Dent)라는 조직을 통해 월마트와 타깃(Target)에게 자사의 무인 점포 아마존 고(Amazon Go)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중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 소식이 들리는 것 자체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에게 자사의 기술을 채택하도록 독려하려는 아마존의 야망을 보여주고, 월마트와 타깃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이 보다 저렴하고 빠른 네트워킹 기술과 자동화 및 데이터 중심의 의사 결정으로 매장을 현대화하는 데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아마존 고의 무인매장 기술은 계산원 없는 매장 외에도 자동화된 재고 관리 기능도 제공한다.

아마존은 수년 동안 자신을 위협으로 간주해 온 소매업체들과 길고 힘든 싸움을 벌여 왔다. 예를들어, 월마트는 전통적인 거래업체들에게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마존의 힘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아마존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월마튼 뿐 아니라 다른 유명 소매업체들도 아마존의 데이터 저장과 컴퓨팅 서비스의 사용은 자체 경쟁력을 더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가급적 기피해 왔다.

아마존은 덴트를 통해 제공하는 기술을 소매업체들이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오픈 소스' 형태로 만들어 소매업체들의 호응을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월마트와 타깃은 현재로서는 이 협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이런 류의 협상 진행 여부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아마존은 지난 2월, 그동안 소형 편의점 형태로 구축된 아마존 고의 기술이 보다 더 큰 규모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애틀에 1만 400평방피트(292평)의 대형 매장 ‘아마존 고 글로서리’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덴트를 통한 기술 파트너십 외에도 무인점포 개념을 다른 유통업체들과 공유하는 데 보다 직접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 3월에는 다른 업체들이 자신의 매장에 무인 기술을 배치하는 것을 돕기 위한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이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기본 기술은 덴트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지만, 아마존은 이 저스트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통해 장비를 유상 대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접근방식은 현재 뉴욕시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과 뉴저지 뉴워크 리버티 국제공항 (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 등 몇몇 공항 아울렛 매장들과 그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항 레스토랑 운영사 OTG 매니지먼트(OTG Management)는 아마존과 시스템 사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경쟁사들 사이에 협업 육성을 돕는 오픈소스 그룹은 기술 분야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구글은 오픈 핸드셋 동맹(Open Handset Alliance)을 주도하며, 세계 최대 하드웨어 제조업체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 테크놀로지가 만든 스마트폰을 포함해 많은 휴대폰의 근간이 되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대중화했다.

아마존과의 협력을 시도했던 많은 개발자들은 “아마존은 그동안 오픈소스 커뮤니티와는 껄끄러운 관계를 맺어왔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마존이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부터 많은 이익만 취하고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덴트는 아마존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공유한 첫 사례다.

덴트는 더 넓은 소매 산업으로의 판매 확장을 위해, 지난해에 아마존과 칩 제조업체인 마벨 반도체(Marvell Semiconductor Inc.),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큐멀러스 네트워크(Cumulus Networks Inc.) 등이 함께 출범시킨 회사다. 덴트는 데이브 클라크가 이끄는 아마존 고 팀 내의 한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덴트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운영하도록 돕는 리눅스 재단의 네트워킹 총책임자 아르핏 조시푸라는 "프로젝트 덴트는 서로 다른 벤더들이 협력할 수 있는 중립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덴트의 파트너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중 하나는, 아마존 고 같은 매장을 구축하는 데 드는 하드웨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아마존 고 같은 기술을 배치하는 소매점 내부에는 수백 대의 카메라와 센서가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 규모인 약 1000평방피트(28평) 규모의 작은 매장 내에 네트워킹 장비를 설치하는 비용은 산업 표준 할인이 적용되기 이전 가격으로 약 1100만 달러(1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소매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덴트 관계자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동일한 크기의 매장에 10만 달러(1억 2000만원)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