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공항임대료 감면 결정에 면세점 업계는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애써 나온 지원책이 시행되는 시점이 늦은 점, 구조 변화없이 이뤄진 '땜질'처방, 현실 반영 미흡 이라는 한계도 지적된다. 

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뤄진 공항임대료 감면, 면세 재고품 일반판매 등 정부 지원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적자 폭은 줄일 수 있는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슈 속에서 영업이익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이 기회에 구조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공항임대료 감면, 협상만 4개월…2차 유행엔 어쩌나

면세점 업계는 현재의 코로나19 이슈는 기업의 대응 매뉴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있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공항 임대료 시스템' 개선이다. 지난 1일 임대료 75~50% 감면 결정이 발표됐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개편이 없을 경우 현재와 같은 이슈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은 전년 대비 여객수 증감률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해왔다. 매출이 높거나 낮을 경우 최대 9% 수준의 임대료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은 좋지 않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9% 수준에서 인상 또는 감면을 결정하는 것은 좋지만 이슈에 따라 관광객이 급변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국내 특성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관광객 수는 서서히 증가하지만, 사드사태, 코로나19 사태 등의 이슈에서는 매출 급감이 이뤄고 있는 점을 보면 위기 상황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에 업계에서는 공항임대료와 면세점 매출을 연동하는 '매출 연동제'로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 임대료를 내리고,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유수의 해외공항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홍콩, 스페인 등 주요국 국제공항들이 임대료를 면제하거나 계약 조건을 매출 연동제로 변경한 것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은 면세점 임대료를 70% 인하했고, 미국의 주요 공항들도 영업요율 방식의 변동 임대료 방식으로 변경했다. 스페인, 뉴질랜드 공항은 임대료 면제, 최소보장액 감면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태국 공항 6곳은 매출연동 방식 사업자에게 오는 2022년 3월말까지 매출 연동액만 납부하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월 협상을 시작한 뒤 6월에야 관련 결정이 이뤄지는 등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8월 이후에도 코로나19 악재가 이어질 경우 후속 정책을 기대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전년대비 면세점 매출이 99%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적자폭을 줄여주는 정책이 시행된 것은 다행"이라며 "하지만 애널리스트 리포트, 질병본부 등에서 코로나19 이슈가 장기화되고, 2차 유행도 우려하고 있는 상태인데 향후에도 이같은 정책이 이뤄진다면, 면세점 사업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신라면세점 제주. 사진=이코노믹리뷰 DB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국면세점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9867억3909만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의 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드사태가 발생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매출 감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슈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면세점 업계 전체 매출은 2조284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1월 매출이 2조247억원(전월비 11.3%↓)으로 급감했고, 2월 1조 1025억원, 3월 1조873억원, 4월 9867억원 등으로 급격히 줄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2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문객 수 기준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방문 외국인은 11만7737명에 불과하다. 전월(3월) 대비 57% 급감한 숫자다. 내국인 이용객도 전월보다 27% 감소한 23만6625명으로 집계됐다. 총 방문객은 35만4362명으로 전년 동기(411만4051명) 대비 91%적다. 5월의 경우 일평균 이용객 수가 3000명 미만인 날이 3일이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악재 지속되면서 일부 면세점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업계 점유율 1,2위인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했다. 그랜드 면세점(T1사업권)과 SM면세점(서울시내면세점) 역시 사업을 줄였다. 롯데, 신라, 신세계 면세점 역시 제주 시내면세점, 서울 시내면세점의 휴업 또는 부분휴업을 진행하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올해 3분기와 4분기를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나아질 기미가 없다"라며 "코로나 장기화에 대한 이슈가 나오고 있고, 이 부분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