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직무적성검사 GSAT 온라인 감독 현장. 출처= 삼성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기업들이 특별한 일정에 맞춰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이 당연했다면, 지금은 가능한 그를 지양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 주요 기업들은 공개채용 전형부터 업무영역의 의사소통에까지 첨단 기술에 기반한 ‘비대면’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확산 방지와 함께 각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을 알리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인재채용, ‘언택트’ 기술의 향연    

매년 수십 만 명의 응시자가 몰려 ‘고시’로도 불리는 삼성의 입사시험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은 올해 시험이 실시된 이후 최초로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GSAT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시행했다. 이는 다수의 인원들이 한 공간에 모임으로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이었다. 

감독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시험 중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은 삼성SDS의 화상회의 솔루션 그리고 임직원들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첨단 기술을 시험 감독에 도입했다. GSAT 응시자들은 스마트폰, 시험을 응시하는 PC의 화면 그리고 응시자의 얼굴과 마우스를 잡은 손을 온라인 감독관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실시간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렀다. 일련의 상황을 어색해하는 일부 응시자들이 약간의 불편을 겪기는 했으나 절차상의 문제나 공정성 부분에서 문제점을 남기지 않은 채 무사히 마무리됐다.  

국내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은 신입사원 면접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3일 SK텔레콤은 이번 달 내로 실시될 정기 신입사원 채용면접을 ‘인택트(Interactive Untact)’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택트 면접은 여러 명이 영상통화 기기를 통해 비대면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면접 방식을 가리킨다.

면접에 참여하는 이들은 SK텔레콤으로부터 영상통화용 태블릿PC, 면접자료 태블릿, 거치대, 가이드북으로 구성된 ‘면접 키트’를 면접시험 일주일 전에 배송 받게 된다. 각 기기에는 SK텔레콤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적용돼있어 면접자들은 어느 곳에 있어도 동일한 접속 환경으로 면접전형에 참여할 수 있다. 

모든 기기에는 보안프로그램이 내장돼있어 면접자료의 외부 유출을 통한 부정행위는 불가능하다. 

▲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고 공장 시설을 점검 중인 한화토탈 임직원. 출처= 한화토탈 

공장 시설보수도 언택트로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기술은 인재채용 뿐만 아니라 대규모 시설이 운영되는 공장 인프라 업무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소재부문 계열사 한화토탈은 자사의 주요 설비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석유화학공장의 정기보수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했다. 한화토탈은 대산공장 정기보수 기간의 비대면 업무 확장을 위한 ‘스마트글래스 원격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글래스는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과 디스플레이로 멀리 떨어진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영상, 음성을 공유하는 사물인터넷 장비다.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한 한화토탈 임직원들은 공장의 이곳저곳을 점검하면서 파일공유, 영상·스냅샷 촬영, 채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한화토탈 IT전략팀 조용태 팀장은 “앞으로도 AI, 빅데이터,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정기보수 등 석유화학공장의 안전은 물론 임직원 일상업무의 효율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토탈은 지난 2017년 국내 석유화학기업 최초로 단지의 모든 곳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단지 내 무선통신망을 구축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가 확산되자 한화토탈은 스마트글래스의 안정적인 활용을 위해 특정 장소에서 더욱 안정적인 통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개별 무선통신망(P-LTE망)을 확충했다. 

이 외에도 국내 주요기업들은 대면(對面)이 필수라고 여겨졌던 여러 분야의 업무에 첨단기술이 적용된 언택트를 실현하고 있다.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각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력들을 널리 알리는 일종의 ‘이미지 마케팅’ 요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변한 기업의 일상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기업들은 일련의 변화들을 자사의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것이다.   

경험의 극대화 '디지털 마케팅' 전략  

코로나 정국에서 주요 기업들이 자사의 언택트 기술 적용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에는 필요에 따른 선택임과 함께 철저한 마케팅의 의도도 내포돼 있다.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의 수준을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거나, 외부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비대면을 위한 첨단 기술 활용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를 '언택트 마케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언택트 마케팅은 첨단 기술의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마케팅'의 한 줄기로 볼 수 있다. 

▲ 브리티시항공의 디지털 마케팅. 출처= 브리티시항공

디지털 마케팅은 말 그대로 첨단 디지털 기술을 시각화해 이를 기업의 상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글로벌 음료기업 코카콜라와 영국의 항공사 브리티스 항공의 마케팅이 있다. 코카콜라는 일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는 싱가포르와 일년 내내 눈이 내리는 핀란드에 서로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콜라 자판기를 두 나라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자판기에서 음료를 구입하는 이들은 서로의 다른 기후를 보면서 더위와 추위를 잊고, 함께 코카콜라를 즐긴다는 콘셉트다.  

브리티시 항공은 자사의 비행기가 스폰서 계약된 기업의 건물 위를 지날 때 옥외광고판 화면을 조작하는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브리티시 항공의 비행기가 특정 건물에 GPS 데이터를 전송하면, 해당 건물에 설치된 옥외광고판에서는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가리키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함께 항공편에 대한 정보가 표기됐다. 

직무교육-경영컨설팅 전문회사 메타밸류의 이상종 대표이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들의 언택트 기술 활용은 디지털 경험의 극대화의 측면에서 마케팅적인 의도가 다분하다"라면서 "이러한 시도들은 사람들에게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