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부키 펴냄.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가 썼다. 독특한 구성의 인생 상담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철학자’를 만나 자기 고통의 실체를 마주 하면서 ‘나쁜 기억’을 어떻게 지울 수 있는지 배운다.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봄날은 간다〉〈똥파리〉〈마더〉〈8월의 크리스마스〉〈복수는 나의 것〉〈버닝〉〈박하사탕〉〈동주〉 등 영화 19편의 주인공 23명이 등장한다.

‘철학자’는 각 영화 주인공이 털어 놓는 고통에 대하여 “그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라는 식의 위로를 건네지는 않는다. 고통의 원인을 규명하자며 아픈 과거를 새삼 들추어 분석하려들지도 않는다.

철학자는 고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조언할 따름이다. 눈 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과거와 미래를 따로 떼어 놓고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라고 말한다. 인과론을 중시하는 프로이트식 해법이 아니라 주관성과 자유의지를 중시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처방이다.

철학자와 <봄날은 간다> 주인공 상우의 대화다.

“상우 씨가 그분께 결혼하자고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죠? 그분도 결혼하자고 말한 적 없고요.”

“하지만 제가 ‘김치 담글 줄 아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제게 ‘그럼’이라고 대답했다는 건, 분명 저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넘겨짚고 있었던 것 같아 답답하네요. 제가 보기에는 한 사람(상우)은 결혼하고 싶었는데 상대방은 결혼을 망설였던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인생 목표가 일치하지 않았던 거죠. 아무리 상대를 사랑하더라도 서로 생각하는 미래가 다르다면 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