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용 통한 반응률 개선 시도 지속

면역항암제 병용 개발 건수 2년만 2배 증가

메드팩토·제넥신·레고켐바이오 주목

▲ 한국 바이오텍이 면역관문억제제 반응률을 올리기 위해 병용 요법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넥신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제넥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3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항암제 종류 중 하나인 면역관문억제제에도 한계가 있다. 효능이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탁월한 치료 효과가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에는 효능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암에서는 반응률 자체가 매우 낮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항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면역관문억제제와 또 다른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 요법 개발이 다수 이뤄지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요법 임상 2년만 2배 증가

전 세계 항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진행 중인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2251건이 진행 중이다. 이는 2017년 1103건에 비해 104% 증가한 규모다. 대개 10명 중 3~4명에게 탁월한 효능이 발현되는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 면역관문억제제가 대장암·위암·췌장암 등에서는 반응률이 매우 낮은 단점도 확인됐다. 인체가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할 시 완치 및 재발 억제라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일부 암종에서는 단독투여 한계가 있다고 풀이된다.

▲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 현황. 출처=캔서리서치인스티튜트,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암세포는 면역세포가 작용할 수 있는 항원을 없애거나 면역T세포에 인식되지 않는 방법을 활용해 인체 면역체계를 회피한다. T세포의 침투가 많아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이 높은 암은 ‘뜨거운 종양(Hot tumor)’, 낮은 암은 ‘차가운 종양(Cold tumor)’으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이 콜드 튜머의 반응률을 높이는 것이 암 치료 및 면역관문억제제 매출 증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소세포폐암에 대한 효과를 인정받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요법이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병용 요법 허가를 받은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주인공이다. 해당 요법은 확장병기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1년 이상의 전체 생존기간 평균이 12.3개월로 확인됐다. 대조군에 비해서는 사망 위험이 약 30% 감소했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티쎈트릭 병용 요법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요법은 소세포폐암에서 유의미한 생존율 향상을 이끌어냈다”면서 “전 세계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 성공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바이오텍,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개발 박차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요법 개발에 힘쓰고 있는 한국 바이오텍 중 메드팩토는 최근 폐암 1차 치료요법으로 ‘백토서팁’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임상2상시험계획을 제출했다. PD-L1 양성 소견을 나타내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백토서팁과 글로벌 제약사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병용하는 디자인이다.

메드팩토는 이외에도 벡토서팁과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병용 요법을 개발 중이다. 메드팩토가 다양한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요법을 시도할 수 있는 이유로는 벡토서팁의 기전 특징이 크다. 벡토서팁은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낮추는 주요 기전으로 알려진 형질전환증식인자(TGF-β)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의약품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종양주변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 벡토서팁 주요 기능. 출처=메드팩토

메드펙토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면역관문억제제 약품과 임상에 대한 지원을 받으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재경 애널리스트는 “면역항암제 개발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임상은 면역항암제를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으며, 임상 전략 및 디자인을 공동개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면서 “글로벌 빅파마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넥신은 ‘하이루킨-7’과 키트루다를 병용하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1b/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대상은 불응성 또는 재발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중 1차 이상의 항암요법에 실패한 환자다. 제넥신은 다양한 용량용법군에서 1200µg/kg까지 임상을 진행했다.

하이루킨-7과 키트루다 1200µg/kg 동시투여군에서는 6명 중 3명의 환자가 치료반응을 보였다. 기존의 키트루다 단일요법은 5.3% 반응률을 보였다. 하이루킨-7은 투여된 모든 용량군에서 안전했다. 내약성도 양호했다. 용량제한독성(DLT) 또한 나타나지 않아 1440µg/kg군 임상이 진행 중이다.

흥국증권 박병국 애널리스트는 “유방암 표준화학요법 성분인 CPA를 투약하지 않은 고용량 1200µg/kg군에서 반응률 50%를 달성했다”면서 “CPA 없는 해당 용량군이 임상2상 권장용량(RP2D)으로 고려되는 상황이므로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약물-항체 접합체(ADC) 기술. 출처=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업계 일각에서는 항암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의 장점을 둘다 나타낼 수 있는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술과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전략도 주목 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사이언스는 ADC 플랫폼 기술과 관련해 경쟁력을 갖췄다.

ADC는 항체와 링커, 약물로 구성된다. ADC의 핵심은 안전성을 확보해 치료 영역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박재경 애널리스트는 “ADC는 항암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의 장점을 동시에 가진 치료제다”면서 “ADC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 요법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