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제유가가 최근 회복되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또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9일(현지 시간)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지난달 상당히 회복했고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이 대규모 감산을 다음 달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으나, 유가 조정은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프리 커리 연구원이 이끄는 골드만삭스 원자재 선물 리서치팀은 "유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매우 높아졌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8일 완만한 매도세가 나타난 뒤부터 석유 시장에서 15~20% 가량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랠리에도 불구하고 매수 권고를 꺼리게 했던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직 전 세계 경제 활동 및 인적 교류가 답보하고 있는 와중 원유 재고는 약 10억 배럴로 공급 과잉 상태라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한편, 상품 지수의 상승세가 현물 가격 상승률보다 훨씬 떨어지는 등의 선현물간의 가격 괴리도 뚜렷했다. 일례로 지난 4월 초 이후 석유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현물가는 95% 오른 반면, 이들의 펀드 수익률은 -20%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는 "(원유) 재고 오버 상태와 에너지 산업 및 농업 시장의 수요 침체를 고려하면 현 유가 랠리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원유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역시 석유 수요 회복과 OPEC의 할당량 감축을 전제한 가정이다.

이들은 이 같은 분석을 두고 "(유가의) 회복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면서 "단지 현 유가는 과잉 공급으로 인한 '리밸런싱(조정)'에 앞서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놓은 국제유가 전망은 더욱 어둡다. 무디스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브렌트유의 평균 가격은 올해 배럴당 35달러, 내년 45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평균 배럴당 8달러 정도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가격에 대해 무디스는 배럴당 45~65달러를 전망치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는 몇 주 내 배럴당 35달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쓰비시 UFJ 금융 그룹(MUFG)도 브렌트유가 3분기에는 35달러 가량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브렌트유는 40.6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