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미중 갈등까지 불거지며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는 한편 분야별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2분기 타격을 피할 수 없으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그나마 선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에 전체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경우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출처=삼성전자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10일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반도체 팹 장비 투자가 상당수준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 2021년 반도체 팹 장비 투자가 올해와 비교해 24% 증가한 677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무적인 것은 분야별 성장세가 고르다는 점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팹 설비에 30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3D 낸드플래시의 올해 팹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30%, 2021년에는 17% 올라갈 것으로 봤다. D램은 올해 팹 투자액이 전년 대비 11%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2021년에는 무려 5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지 센서에 대한 팹 장비 투자는 2020년에 60%, 2021년에는 36%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아날로그 팹 장비 매출도 내년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반도체 분야도 올해 16% 성장한 후 2021년에는 67%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장의 2분기에는 최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1개 반도체 기업 중 무려 14개 업체가 오는 2분기 실적을 두고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고 밝혔다. 1분기와 비교해 2분기 심각한 매출 저하를 겪을 반도체 기업이 70%에 이른다는 뜻이다.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높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독일 인피니온이 제일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IC인사이츠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체 감소폭은 -7.2%까지 떨어질 것이라 봤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전망하며 –4.2%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가 선방할 것이라는 뜻이다.

국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강자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2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 5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와 내년 추가 상승 동력이 이어지면 큰 틀에서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변수는 코로나19다. SEMI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