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동물자유연대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가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부터 최종 치료제 출시까지 난관이 남아있어 이른 축배를 경계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에서 바이러스 수가 100분의 1 이하로 감소하고 폐조직 병변이 현저히 개선되는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대웅제약도 대웅그룹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가 진행한 코로나19 치료제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 동물효능시험에서 뚜렷한 바이러스 감염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구충제 성분으로 잘 알려진 물질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약물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니클로사마이드의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견했다.

이들 기업은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할 경우 동물실험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은 신약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알아보는 단계다. 흔히 전임상(비임상)시험으로 불린다. 특히 동물실험은 임상시험에 비해 통제가 간단하고, 생식기간과 세대 간 간격이 짧아 연구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신약개발에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수많은 동물의 희생을 통해 얻은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탈리도마이드'를 꼽을 수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된 약이다. 당시 동물실험에서 100% 안전하다고 보고됐지만 임신한 여성이 복용할 경우 기형아를 출산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반대로 단맛을 내는 인공 첨가물인 사카린은 동물실험에서 위험하다고 판정됐지만 인간에게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인간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진 동물을 가지고 실험해도 얼마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FDA 임상 시 각 단계별 성공 가능성 출처=SK증권

동물실험을 통해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도 치료제 개발을 결코 속단할 수 없다. 동물실험을 시작으로 임상 1상, 2상 3상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상시험도 전임상 단계 못지않게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SK증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후보 물질이 신약 승인까지 모두 통과할 확률은 평균 9.6%에 불과했다. 10개 중 9개는 실패한다는 의미다.

각 임상 단계별로 보면 임상 1상의 통과 가능성은 63.2%다. 임상 2상은 임상 단계 중 가장 낮은 30.7%다. 임상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은 58.1%로 절반 넘게 성공한다고 볼 수 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신약 개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임상시험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따라서 아직 동물실험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섣부른 낙관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