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가 지난 11일 만난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원.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전 세계 항공사들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 항공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는 제동이 걸렸고, 항공사들은 앞 다퉈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야말로 살기위한 몸부림이다. 

“항공업계에 굉장히 어렵고 유례없는 시기인 건 확실합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업이 어떻냐는 말을 들으면 설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모든 국제기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피해가 애초 전망보다 훨씬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이코노믹리뷰가 만난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피해는 상상도 못해본 수준이며 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여파는 항공사 경영난에 그치지 않고 항공산업 생태계 붕괴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걱정을 드러냈다. 

송기한 본부장은 2009년 한국교통연구원(KOTI)에 입사해 10여년간 항공업계에 몸담아온 잔뼈 굵은 전문가다. 그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송 본부장을 만나 항공업의 현황과 전망, 포스트코로나시대에서의 변화, 위기 속 기회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항공업 탈출구 안보인다… “항공화물은 임시방편에 불과”

항공업황의 회복시점을 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 전망과 달리 업황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향후 2~3년간은 매출이 회복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 항공컨설팅 회사 CAPA는 지난 3월 “3분기부터 항공산업이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바로 다음 달인 4월 “4분기까지도 매출은 반토막일 가능성이 크고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수정했다.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의 셰이크 아흐메드 알막툼 회장 또한 지난달 “여행 수요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적어도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항공수요가 급감했던 과거의 사례를 보면 911테러 이후 미국의 경우 항공수요가 회복되는데 약 2년 6개월이 걸렸으며, 사스나 메르스 당시 우리나라는 기존 수요 회복까지 약 6개월 정도 소요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 감소는 기존 피해 정도를 이미 빠르게 넘어섰다. 기존보다 수요 회복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송 본부장 또한 “2019년 12월 수준으로 여객수요가 회복하려면 최소 2년은 넘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과거 신종플루나 사스, 메르스때와는 완전히 양상이 다르다. 그나마 스페인 독감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는데 스페인 독감이 종식되는데 3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노선 수요가 소폭 살아나고 화물 운송이 호조세를 보이는 등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항공화물 분야의 강자인 대한항공이 2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분기가 닥쳐올 큰 파도를 넘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송 본부장의 판단이다. 특히, 그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는 항공화물이 코로나19의 근본적인 타개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송 본부장은 “화물기와 여객기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마스크나 진단키트 등 방역·의료물품과 반도체 같은 화물 수요가 늘면서 항공화물 가격이 치솟았다. 항공사들의 경우 리스 비용 등 고정비용이 계속 나가는데 단기적으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는 대한항공이 강점이 있다지만 다른 항공사들도 항공화물에 본격 나서지 않겠냐. 경쟁이 생기기 시작하면 요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코로나19가 이어진다고 해서 화물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치솟는 운임을 화주들이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이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포스트코로나 시대… 위기 속 기회있다

송 본부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항공산업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사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을 낮출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탑승률을 높여야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에 운항 횟수를 줄이고 항공권 가격을 높일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사람을 가득 채울 수 없는 만큼 항공사들이 자리를 끼워팔거나 하는 방식을 내놓을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최근 미국의 LCC인 프론티어항공은 39달러(약 4만7000원)에 옆 자리가 빈 좌석을 판매하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수요 자체도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화상회의 등 ‘언택트(Untact·비대면)’요소가 사회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비즈니스 수요가 줄고, 백신이 개발돼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전까지는 관광수요도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송 본부장의 말이다. 이에 기업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오지 않는 이상 과거와 같은 항공업 전성기는 도래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그는 공항, 지상조업, 케이터링, 항공기제작업, 리스업 등 항공산업 구조 생태계도 재편될 것이라 덧붙였다. 

다만, 송 본부장은 이 같은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서도 국내 항공산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K-방역으로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제2차 대유행만 잘 막아낸다면 경제 손실도 최소화하고 빨리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항공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컨대 기내와 공항 방역 등 전염병에 강인한 항공시스템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전했다. 

그는 이로 인해 현재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 치우쳐있는 국내 항공수요가 인바운드(외국인 방한객)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들어냈다. 청정한 국가 이미지로 환승수요나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한발 나아가 포스트코로나 관광상품 개발을 선도하는 등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송 본부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항공업계의 옥석가리기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지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결국 체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항공사만이 살아남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는 신속하게 적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항공사가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끝으로 그는 “정부가 항공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다만, 아직 세부적인 지원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신속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정부와 함께 기업들도 도덕적해이가 아닌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전략을 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측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파트너십을 공고히해 위기 극복을 위한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