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특히 이번 토론회 자리에 박용진 의원께서 참석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1일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가 주최한 '기업주도 벤처 캐피탈 CVC 활성화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나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멘트입니다. 김 원내대표의 말에 좌중에는 웃음이 터졌고, 박용진 의원은 민망한 듯 슬쩍 고개를 숙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은 보지 못했으나 아마 웃고 있지 않았을까요.

 

박 의원의 등장을 두고 다른 의원들의 너스레도 이어졌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토론회 축사 중 박 의원을 바라보며 “박용진 의원이 함께해줬다”고 말했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참석자들이 자리를 정돈하는 과정에서 김병욱 의원도 “박용진 의원이 인기가 제일 많네”라고 웃었습니다. 박 의원이 토론회의 씬스틸러가 되는 순간입니다.

무슨 토론회길래?

박 의원이 씬스틸러가 된 토론회는 CVC(기업주도 벤처케피탈)과 관련된 토론회입니다. 2018년 벤처기반지주회사 출범으로 CVC는 좌초되었으나, 최근 일반 지주회사 대기업의 CVC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를 적극적으로 타진해보자는 취지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일반 지주회사 대기업의 CVC 허용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지주회사 형태의 대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CVC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타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발제에 나선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CVC는 건별 투자가 일반적인 VC와 달리 상당히 크고, 매년 300개의 CVC가 탄생하고 있다”면서 “벤처 스타트업의 모험을 위해서는 CVC가 필수”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대하는 쪽에는 금산분리 원칙이 흔들릴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법행위가 자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합니다. 무엇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지주회사가 아닌 상태에서 CVC를 운영하고 있고, 지주회사라 해도 CVC로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 사진=최진홍 기자

씬스틸러의 조건

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에게 CVC를 허용하느냐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갈리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허용’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실제로 토론회를 주도한 김병욱, 이원욱,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이낙연, 김태년, 김진태 의원 모두 금산분리 원칙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있게 지주회사 체제의 대기업에게 CVC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박용진 의원이 주목받았습니다. 박 의원은 축사를 하지 않았고, 토론회가 정료될 때까지 별도의 멘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가 주목받고, 또 다른 의원들로부터 씬스틸러가 된 것일까요.

▲ 사진=최진홍 기자

박 의원은 이른바 ‘재벌통’들이 대거 21대 국회를 떠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안착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특혜논란 등 굵직굵직한 사태의 중심에서 싸우며 소신을 인정받았고 특히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여세를 몰아 서울 강북구을에서 64.4%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박 의원이 CVC 토론회에서 씬스틸러가 된 이유입니다. 지주회사의 CVC 허용은 대기업과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치로 평가받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불법적 행위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지주회사 대기업의 CVC 허용이 자칫 금산분리가 막으려던 대기업의 일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가운데 박 의원이 토론회에 등장했고, 대기업의 CVC 허용에 전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여당 의원들이 박 의원의 등장에 약간의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박용진 의원이 토론회에 타나났다고 해서 그가 일반지주 대기업의 CVC 허용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의미부여도 큰 틀에서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의도'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박 의원은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키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매의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꿋꿋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 (여러가지 이유로 )웃고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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