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오랜만에 젊은 직원들과 자리를 만들어 회사 비전이나 여러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하셨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간담회가 끝난 뒤 블라인드를 보니 직원들의 호평보다 악평이 훨씬 더 많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허심탄회 하게 말씀하셨는데 이게 이리 위험한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질문과 같이 ‘허심탄회(虛心坦懷)’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시지요. 한자 그대로 뜻을 풀어보면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터 놓는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는 조직이나 기업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심각한 위험성을 내재한 의미입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회장님과 직원 간의 간담회에서 대체 누가 마음을 비웠을까요?

주요 화자인 회장께서는 실제로 비웠을까요? 아무런 목적이나 의도 없이 직원 간담회를 자처하지는 않으셨으니 일단 완전하게 마음이 비워져 있는 상태는 아니었을 겁니다. 직원들은 어떨까요? 어떻게 회장님과 다른 동료, 상사 앞에서 마음을 비울 수 있었을까요? 현실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생각을 터 놓는다’는 말의 의미도 그렇습니다. 회장님과 직원들 간에 생각을 터 놓는 말 그대로의 브레인 스토밍이나 자유 토론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모두 그런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능 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당연히 전혀 ‘허심탄회’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발생된 것입니다. 사실 그런 결과를 간담회 실무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준비된 후 다양한 결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실행에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불거집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서 회장님의 직원 간담회가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많은 준비가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회장님이 어떤 핵심 메시지와 관련 근거들을 준비하셨는가를 확인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메시지들과 근거들이 현재 직원들 눈높이에 적절한가를 검증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주요 질문을 사전에 물어 정리해 회장님과 함께 준비하는 시간을 보냈어야 할 것입니다. 일부 회장께서 아무 준비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을 진정성이라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즉석 질의 응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더 수많은 질의 응답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무 준비 없이 질문을 받아서는 제대로 된 답은 커녕 실수를 막을 수 없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서 가치가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초래하고, 갈등만 부추깁니다. 최근 블라인드에서 사내 행사 내용이나 VIP와 임원의 설화가 많이 언급됩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무분별하다 혀를 찹니다. “젊은 직원들은 애사심이 없다” “회사 규정이나 윗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주체가 더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준비되고, 검증된 메시지만 가지고 회사 비전과 가치를 이야기했을 때에도 블라인드에 악평이 주를 이룬다면 그 때에는 그 직원들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존재하지 않을 허심탄회를 꿈꾸며 준비되지 않은 소통의 장을 여는 기업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 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