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타로 대표의 도쿄도지사 출마 선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떠올리는 사건이 일본에서 벌어졌다. 지난 6월 15일, 배우 출신 정치가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郞·45) 레이와 신센구미(令和新選組) 대표가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야마모토 대표도 다윗처럼 승리할지 궁금하다.

야마모토 대표의 골리앗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7) 현 도쿄도지사. TV 도쿄 아나운서 출신으로, 일본 여성 최초의 방위상, 도쿄도지사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일본신당,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 자유민주당, 도민퍼스트회, 희망의 당 등을 거쳤다.

현재는 도민퍼스트회 소속이지만, 자민당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아베 총리와 한 팀을 이룬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정대로라면,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 마케팅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서 도쿄올림픽이 2021년으로 한 해 연기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도쿄올림픽으로 반전을 꾀하려던 민생경제는 악화되었고, 아베 총리의 인기도 급전직하했다. 더불어서 코이케 도지사의 재선 선거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무엇보다 황당한 일은 아베 총리 저격수로 널리 알려진 참의원 출신의 야마모토 대표의 도쿄도지사 출마 선언. 일본 언롱는 말도 안 되는 인물의 턱도 없는 출마 선언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선거는 늘 결과를 직접 확인할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다.

 

2017년 프랑스의 선거 돌풍

2017년 5월 8일 치러질 제25대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16년 8월,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 에마뉘엘 장미셸 프레데리크 마크롱이 신당을 창당했다. 정당명은 앙 마르슈!(전진당). 애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식명칭은 ‘정치쇄신을 위한 협회’이다.

프랑소아 올랑드 대통령 부실장 출신의 마크롱의 창당은 의외였다. 물론 마크롱의 행보는 항상 의문투성이였다. 2010년 우파 프랑수와 피용 총리의 협조 요청에는 단호히 거부하더니, 좌파 올랑드 대통령 발탁으로 장관이 되어서는 우파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다가 급기야 앙 마르슈!를 창당하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마크롱. 그런데 의원 한 명 없는 신생정당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반응은 의외였다. 39세 마크롱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거국적 애국심이 불붙기 시작했다. 정말로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좌파 프랑수아 미테랑(1981-1995), 우파 자크 시라크(1995-2007),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2007-2012),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2012-2017)를 거치는 동안, 프랑스 국민들은 세계화 혼돈 속에서 프랑스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무능을 보았다.

마크롱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를 표방했다. 물론 정책 제시에서 이념 모순이 발생했다. 그러나 좌파와 우파에 질린 프랑스 국민은 마크롱을 지지했다. 마크롱은 우파 프랑수아 피용, 극우 마린 르 펜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다윗이었다.

 

야마모토 타로 대표의 파격적 정치 행보

1974년 효고현에서 태어나서, 1990년 영화 『대타교사 아키바, 심각합니다!』로 데뷔한 야마모토 대표.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는 깨어있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본격적으로 정치에 투신하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

방송 촬영을 위해 지진 재난 지역을 다녀온 이후, 탈모를 경험한 야마모토 대표. 정부가 국민을 속인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사실을 밝히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서 방송 출연과 CF 의뢰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2년에 무소속으로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자민당이 대승한 선거에서, 야마모토 대표는 아쉽게 낙선했다. 낙선 이후, 야마모토 대표는 일본 재건에 대한 심각한 각성을 했다. 그리고 인생을 일본 재건을 위해 투신하겠다고 결심했다.

2013년 7월 21일 치러진 제23회 일본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에서, 야마모토 대표는 도쿄도 선거구에 출마해서 4위로 원내진출했다. 당선 이후 2014년 12월부터 생활당에 입당해, 2019년 선거에서 낙선할 때까지 6년간 무소속 참의원 의원으로 재직했다.

야마모토 대표의 의정 활동은 파격적이었다. 2013년 10월 31일 황거에서 열린 가든 파티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처리에 관한 건의서를 아키히토 일왕에게 전달했다. 일왕을 정치에 개입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2015년 참의원 본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전쟁 가능 법안이 통과되자 “민주주의는 죽었다. 자민당은 죽었다”며 상복 입고 아베 총리에게 묵도 참배하며, 총리 퇴진론을 외치기도 했다. 자민당이 야마모토 대표를 좋아할 리 없었다.

 

선거 공약

2019년 4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레이와 신센구미를 창당한 뒤, 야마모토 대표는 루게릭병 환자와 뇌성마비 장애인을 비례대표 1번과 2번에 배정해 당선시켰다. 정작 3번 자신은 비례대표 선거 사상 최다 득표 낙선.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 만족.

언론에서 무시하니, 야마모토 대표는 거리에서 시민들과의 만나 토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유튜브를 통해서, 정견을 발표하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 야마모토 대표는 탈원전, 특정비밀보호법, 평화헌법 개정 등 아베 정권의 핵심정책을 비판한다.

이번 도쿄도지사에 출마하는 야마모토 대표의 선거 공약은 가히 충격적이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중지, 코로나19 대책으로 도민 1인당 10만엔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코이케 현 도지사는 물론, 아베 총리까지 겨냥한 파격 공약이다.

야마모토 대표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치른다면, 일본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로 민생경제가 도탄에 빠졌는데, 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경제재건을 꾀하겠다는 것은 턱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야당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이 지원하는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73)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도 입후보할 예정이어서, 야당 지지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본다. 따라서 현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재선이 확실하다고 전망한다.

물론 선거는 도쿄도민이 결정할 일. 2021 도쿄올림픽 개최 찬반투표가 도쿄도지사 선거 쟁점이 됐다. 야마모토 대표가 일본판 마크롱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