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8월,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경제·혁신 성장을 위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마련하여 입법예고하였다. 이 법안은 같은 해 11월 국회에 제출되었고, 2019년 3월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었다. 이후 주춤한 듯 했던 공정거래법 개정 드라이브는 올해 4월 전면 개편안 중 ‘절차’법제를 개정한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재가동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난 11일 정부는 5월말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던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다시 입법발의 하였다. 정부의 숙원 사업과도 같았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도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원래 정부안은 의원 발의 의안에 비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번 21대 국회는 특히나 여당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일부 폐지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상 형사처벌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비로소 검찰이 공소제기, 즉 기소를 할 수 있는데(제71조), 실무적으로 검찰은 이 같은 공정위의 고발을 존중하여 원안대로 기소를 하는 편이다. 사실상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적 판단과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정거래법 상 가격 담합·입찰 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경성 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 권한이 배제되고 일반인도 검찰에 이에 대한 고발이 가능하다. 공정위라면 굳이 고발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사안이라도 이해관계가 얽힌 일반인으로서는 이를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던 시절에 비해 검찰이 고발건에 대하여 기소를 할 가능성은 크게 떨어지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민원성 고발이 남발되더라도 이를 막을 방안이 없어 이와 관련한 리스크와 법률비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로 검찰의 입장에서는 과거 공정위가 수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를 정리해 고발을 하면 비교적 용이하게 기소가 가능했던 것에 비해, 앞으로는 고발인의 주장 당부를 주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므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수사력을 쏟아야 할 부담을 안게 되었다.

 

- 불공정 거래행위의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해당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갖게 된 또 다른 부담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업자 간의 ‘갑질’을 막기 위해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절 상대방을 차별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 유인하는 행위,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하고 있는데(제23조), 문제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여도 공정위에 의해 시정조치가 취해지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마메든 샘물’ 사건은 이러한 폐해가 잘 드러난 사안으로 손꼽힌다. 중소 생수업체인 ‘마메든 샘물’은 2010년 대형 생수회사인 ‘하이트진로 음료’의 ‘부당염매’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한 적이 있다. 하이트진로 음료가 경쟁업체인 ‘마메든 샘물’을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상품 제조에 소요되는 비용보다도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마메든 샘물’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고, 2013년 공정위는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의결하였다. 그러나 그 사이 ‘하이트진로 음료’의 ‘부당염매’행위는 계속되어 결국 ‘마메든 샘물’은 파산을 맞이하였다. ‘마메든 샘물’ 입장에서는 상처 뿐인 승리였고, ‘하이트진로 음료’입장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꼼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로 피해를 보게 된 사업자는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해당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마메든 샘물’ 사건을 예로 든다면, ‘마메든 샘물’은 ‘하이트진로 음료’를 상대로 ‘부당염매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처분 사건은 대개 1개월 이내, 빠르면 1~2주 이내에도 기일이 지정되므로, ‘마메든 샘물’로서는 빠른 권리 구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남발되는 것이 문제다. 피해자로서는 일단 소송을 제기해서 불리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지만, 불공정거래행위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소명은 피해자의 몫이므로 자칫 소명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가처분 신청은 본안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쳐 오히려 피해자 권리 구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불공정거래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를 받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업자로부터 소송이 남발될 경우 그에 따른 법률적 리스크와 법률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메든 샘물’과 같은 극단적 사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의미가 있겠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의 절차로 흐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