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된 '방방콘 The Live' 공연.  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K-POP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을 탄생시켜 새로운 글로벌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콘텐츠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K-POP 그룹을 육성시키는 ‘연예기획사’를 넘어 독자적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빅히트 엔터가 추구하는 변화들은 콘텐츠 업계뿐만 아니라 투자업계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포스트 BTS를 찾다  

지난 3월 빅히트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2019년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자료에 따르면 빅히트는 2019 회계연도 기준 매출 5872억원, 영업이익 9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의 성장률은 95%, 24%로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이다. 이러한 호실적을 이끈 것은 단연 BTS였다. BTS가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 6집 <MAP OF THE SOUL : PERSONA>은 약 372만장(2019년 가온차트 기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내 음반 시장의 불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빅히트가 새롭게 선보인 K-POP그룹 ‘TOMORROW X TOGETHER(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하 TXT)’ 역시 많은 팬덤을 모으며 BTS를 이을 기대주자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 CJ ENM-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합작 프로젝트 '아이랜드'. 출처= CJ ENM

자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거두는 성과에 힘입어 빅히트는 지난해부터 사업의 반경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빅히트는 K-POP 걸그룹 여자친구(G-FRIEND)의 소속사인 쏘스뮤직을 인수했다. 그리고 같은 해 콘텐츠 기업 CJ ENM과 차세대 K-POP 그룹 육성을 위한 합작 법인 ‘빌리프랩’을 세우고 공동 프로젝트 I-LAND(아이랜드)를 진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지난 5월에는 뉴이스트·세븐틴 등 인기 K-POP 그룹들을 관리하고 있는 기획사 ‘플레디스’의 지분 인수로 플레디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BTS 외 다른 아티스트들의 라인업이 다소 약하다는 장기 관점의 약점을 보완하는 조치로 해석됐다. 다양한 한류 콘텐츠의 ‘원천’과 같은 아티스트들을 추가로 확보한 빅히트는 자사 비즈니스의 영역의 확장을 시도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지난달 11일 발표된 빅히트의 경영진 개편이었다. 

방시혁 대표 ‘원 탑’ 체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빅히트는 지난 5월 11일 방시혁 대표를 이사회 의장(이하 의장) 및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영진 개편안을 공표했다. 종전까지 빅히트는 방시혁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경영진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공동책임 체제로 운영돼왔다. 이번 경영진 개편에서 빅히트는 글로벌 사업부문의 윤석준 CEO와 HQ(HQ & Management)부문의 박지원 CEO 등 주요 부문을 전담하는 최고 경영자를 선임했다. 모든 사업부문의 총괄은 방시혁 대표이사가 맡는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진들. (왼쪽부터) 방시혁 의장, 윤석준 Global CEO, 박지원 HQ CEO. 출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경영진 개편에 대해 빅히트 관계자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라면서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는 엔터 산업의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경영진 체계가 구성된 직후, 빅히트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변화들을 시도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은 14일 오후 6시부터 약 100분 동안 온라인을 통해 BTS의 언택트 콘서트 ‘방방콘 The Live’였다. 빅히트는 미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키스위 모바일’과 협업해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다양한 형태의 영상으로 실시간 송출할 수 있는 멀티뷰 스트리밍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빅히트는 ‘방방콘 The Live’를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스트리밍 했다. 본 공연은 전 세계 접속자 수 약 75만6600명을 기록하며 5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스타디움에서 오프라인 공연을 약 15회 개최한 것과 같은 수준의 파급효과를 냈다.

빅히트는 17일 자회사인 비엔엑스(beNX)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공연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빅히트가 제시한 새로운 모델은 공연의 결제부터 관람, 공식상품 구매에 이르는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능하도록 만든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다. 위버스는 비엔엑스가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약 1년 만에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가입자 9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 

빅히트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관한 모든 콘텐츠들은 위버스에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에 대한 팬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한층 더 다양한 음악 관련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빅히트 윤석준 Global CEO는 “코로나19 이후 미래의 K-POP 공연과 콘텐츠들은 이전과 절대 같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위버스를 통한 ‘음악 산업의 원스톱 서비스’ 구현을 시작으로 빅히트는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할 것이며, 공연 사업의 새로운 모델들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가총액 6조원? 투자계도 ‘주목’

지난해부터 빅히트는 코스피 상장을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 업계는 빅히트의 시가총액을 최소 4조원에서 최대 6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이미 증시에 상장돼 있는 국내 3대 기획사 SM(약 6300억원), JYP(약 8400억원), YG(약 5500억원)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몇 배 이상이 큰 규모다. 이에 빅히트는 7월 상장이 예정된 SK바이오팜과 더불어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근 각 투자사들이 보고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다양한 의견에도 빅히트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빅히트는 BTS 실적 의존도가 90%에 이르기에 BTS 멤버들의 군 입대 후에 찾아올 수 있는 리스크가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지난해 보이그룹 TXT를 성공적 데뷔, 쏘스뮤직(여자친구), 플레디스의 인수로 수익의 원천을 다각화함으로 약점을 보완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빅히트의 코스피 상장은 엔터업계의 주식을 시가총액 5조원 이상의 무시하기 힘든 세그먼트로 격상시킴과 동시에 기존 상장 3사에 대한 투자계의 평가에도 후광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실적 하향의 변수가 없다면 플레디스를 포함한 2021년 빅히트의 영업이익은 18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라면서 “앨범 판매량 1,2위 그룹 보유 및 북미 매출 비중(29%)이 가장 높은 빅히트의 P/E(주가수익비율)은 최소 30배에서 최대 40배까지 정당화될 수 있기에 상장에 반영될 빅히트의 기업 가치는 3조9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