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2000~2007년 기간 동안만 판매한 1톤 트럭 리베로. 출처= HMG저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해외 출시용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개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대를 앞서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현대차가 지난 2000년 출시했던 ‘1톤 리무진 픽업트럭’ 리베로다. 리베로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생소한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었다.

리베로 특징 가운데 시장 눈길을 가장 많이 모은 부분은 차량 전면부다. 리베로는 당시 판매되고 있던 동급 차종 포터와 달리 승용차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세미보닛을 갖췄다. 세미보닛은 일반 승용차에 비해 짧은 길이로 제작된 보닛을 의미한다.

리베로는 세미보닛을 갖춤으로써 일부 측면에서 포터보다 경쟁 우위를 점했다. 차량을 정비할 경우 포터가 엔진룸을 개방하기 위해 운전석을 들어내야 하는데 비해 리베로는 승용차처럼 보닛 덮개만 열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차량 정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 세미보닛으로 탑승공간과 차량 전면부 사이 간격이 길어짐에 따라 전방 충돌 사고 시 탑승자 안전을 좀 더 보장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나아가 포터에 비해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포터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현대차 승합차 스타렉스의 인테리어 요소를 본딴 리베로는 실내 구성이나 조작 감성 등에서도 승용·승합차와 유사했다. 이밖에 포터와 달리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제공하고 당시 포터(최대 123마력) 보다 강력한 최대 143마력 수준의 엔진이 장착되는 등 장점으로 국내 소형 트럭 수요를 겨냥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리베로를 출시한지 7년만인 2007년 단종시켰다. 공식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리베로가 당시 적재량 부족 문제로 입방아에 올랐던 점에서 단종 배경을 추측할 수 있다.

리베로의 적재용량은 같은 급의 포터 제품과 비교할 때 모자랐다. 장축 3인승(일반캡) 규모의 2007년식 리베로와 포터2 등 두 차량의 적재함 길이는 각각 2530㎜, 2785㎜에 달했다. 리베는 포터와 같은 중량의 화물을 싣을 수 있음에도 적재 공간의 활용도는 열위에 놓였다. 리베로는 이에 따라 실용성 측면에서 포터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리베로는 또 적재 용량 측면에서 포터에 뒤처지는데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점으로 가성비를 요구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제원별로 다양하게 출시됐던 2006년식 리베로의 가격대가 1099만~1626만원인데 비해 포터2는 984만~1574만원 등 가격범위를 갖췄다.

▲ 현재 단종된 현대자동차 1톤 픽업트럭 리베로(가운데)가 포터(왼쪽)와 포니 사이에 주차된 모습. 출처= HMG저널

리베로가 단종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로 시장 포지션을 들 수 있다. 리베로는 현재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추세에 비춰볼 땐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나 한국지엠 콜로라도 등 모델과 경쟁할만한 감성을 갖춘 차량이다. 하지만 리베로는 판매될 당시 포터의 상위급 상용차로 포지셔닝됐기 때문에 1톤 상트럭 제품으로만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당시 승용차 소비자들도 차량 선택지로서 리베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리베로가 시대를 너무 앞선 까닭에 시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리베로는 국내 자동차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현재 캠핑카나 견인차, 개인 차량 등 용도로 쓰이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리베로는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도 캠핑카, 렉카 등으로 개조된 차량으로 거래되고 있다.

견인차(렉카) 전문업체 렉카연대의 목인수 회장은 “리베로가 판매될 때만 해도 렉카로 개조될 수 있는 차량 가운데 리베로를 성능으로 넘어설 차량은 없었다”며 “리베로가 이젠 구식 차량이 됐지만, 강력한 견인력을 바탕으로 현장에 활발히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리베로가 단종된지 13년 지난 올해 현재 사설견인업체의 견인차량으로 개조돼 운행되는 모습. 출처= 렉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