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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경제입법안 분석③] 상법 개정안, 본격적인 ‘주주행동주의’시대를 열다

지난 11일 법무부는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불합리하거나 불명확한 법령을 정비’하는 내용의 상업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법무부가 이번에 개정 대상으로 삼은 것은 900개 조항에 넘는 상법 중 16개 조항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은 ‘소수주주권의 강화’, 이른바 본격적인 ‘주주행동주의 시대’ 개막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 이후의 상황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에 대한 경영간섭이 우려된다.

우선 눈여겨 볼만한 것은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이다. 현행 상법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상장회사의 경우에는 1만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고, 만약 회사가 주주로부터 이러한 청구를 받고도 30일 이내에 이사를 상대로 소제기를 하지 않으면 주주가 즉시 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 ‘대표소송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제403조 제1항, 제3항). 이사가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 하여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사라는 이유로 회사가 이를 방치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제기된 소송의 결과 이사의 임무해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사는 소를 제기한 주주가 아닌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하게 되므로(제399조) 주주로서는 당장 경제적 이익을 얻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표소송제도는 궁극적으로 경영진의 전횡을 막아 주주 자신의 지분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행동주의’실현을 위한 한 방편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자회사의 주주가 아닌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이중대표소송’, 혹은 ‘다중대표소송’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은 2003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입법이 아닌 법해석으로 인정한 바 있지만(서울고등법원 2003. 8. 22. 선고 2002나13746 판결 참조), 2004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인정되지 않는 쪽으로 정리가 되었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다49221 판결 참조). 종속회사인 자회사가 그 이사 등의 부정행위에 의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지배회사인 모회사와 종속회사인 자회사는 상법상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지만, 주로 지주회사 형태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기업에게는 특히나 경영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 가령 한진칼은 한진그룹 계열사를 총괄하는 모기업인데, 지금은 대한항공과 같은 각 계열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킬 경우 각 계열사 내 소수주주들이 임원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겠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진칼 내 소수주주인 KCGI, 반도건설 등은 각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각 계열사 임원들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지주회사의 소수주주가 사실상 각 계열사 임원들을 위협할 무기를 갖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공정 경제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6개월 보유하지 않고도 주주권 행사할 수 있다.

또 하나 관심 있게 볼 부분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는 상장회사에서도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소수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내용 역시 한진칼 사안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쉬운데, 올해 초 주총을 앞두고 몇 개월 사이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보유비율을 갑자기 6% 대에서 10% 이상으로 끌어 올려 반도건설이 늘어난 지분 비율만큼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의 경우 최초 주식 취득 후 6개월이 지나야만 소수주주권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546조의 6 참조).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이 같은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소수주주권 행사에 대한 일반규정(제363조의 2, 제403조 등) 요건만 충족하더라도 소수주주권 행사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앞서 살펴본 반도건설의 사례에서 반도건설은 주총을 앞두고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한 목적으로 6개월 미만 초단기에 주식을 매집하더라도 이를 행사하여 주총에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소수주주권을 보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주식을 장기간 보유할 의사 없이 오로지 주총에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방안이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 로열티 강한 소액주주 확보만이 살 길이다.

개정안 통과 후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행동주의’라는 이름으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사모펀드 등과 매 주총마다 일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경영진이 지분을 많이 확보한 상황이라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결국 ‘주주행동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소액주주들에게 도움을 청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전자투표를 실시해 주주의 주총 참여를 제고한 회사에 대하여 감사 선임 시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시켜 주는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바, 기업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위기를 기회삼아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계기로 이들과 평소 꾸준한 소통을 하며, 주총에서 주주행동주의파들의 도전을 받더라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6.19  09: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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