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INSIDE > 전문가 칼럼
[21대 국회 경제입법안 분석④] 노조법 개정안으로 현실화 된 기업의 ‘노조 리스크’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을 입법예고하였다. 고용노동부가 내세운 개정의 표면적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이후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4개 핵심협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어 이를 비준하고자 노조법부터 먼저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의 약속인 협약은 체결이 강제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협약을 먼저 체결, 비준한 후 국내법을 정비하는 관례를 깨고 협약을 체결, 비준하기 위해 국내법부터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논리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개정안은 정부입법으로 21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까닭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이미 닥쳐온 현실로 받아들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 ‘근로자’아닌 노조원이 중심을 이룬 노조활동, 더욱 강력하고 격렬해진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만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조). 따라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해고자나 실업자는 더 이상 노조원으로서의 자격도, 노조원으로서 활동할 권리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안은 근로자 이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조 조합원이라도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한 때 근로자였으나, 해고·실업을 원인으로 더 이상 근로자의 지위를 갖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노조 조합원으로서 노조활동을 계속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개정안 제5조 제2항). 물론 거기에는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사업장의 내부 규칙 또는 노사 간 합의된 절차 등을 준수하여’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이들 조합원에 대한 사업장 출입 등을 거부할 수 없어 사실상 해고자·실업자라도 노조활동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근로자가 아닌 해고자·실업자의 노조활동이 전면적으로 허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근로자’인 노조원과 달리 해고자·실업자는 사용자의 인사권·징계권으로부터 자유로워 보다 과격하고 극단적인 노조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근로자’인 노조원은 노조활동을 하더라도 사용자에 의하여 고용되어 있다는 한계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해고자·실업자’인 노조원은 사용자와 아무런 고용관계가 없기에 더 이상 사용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업의 이익과 무관하게 오로지 노조의 이익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더 나아가 노조법 개정안은 현행 노조법이 노조 임원의 자격을 조합원으로 제한한 것과 달리 ‘규약’으로 정하여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노조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제23조), 비조합원이 노조 임원으로 선출되어 노조활동을 이끌 경우 노조활동은 더욱 강력해지고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경우 노조 임원으로 선출될 비조합원은 해당 사업이나 사업장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이 오로지 노조활동에만 특화된 인물이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노조 임원은 회사와 노조 간 이익의 균형점을 찾기 보다는 정치적 파업을 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적으로 간다면 앞으로 노조는 정치 조직화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 기업의 이익은 도외시 한 노조법 개정안, 기업의 생산의욕 꺾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 이외에도 노조법 개정안에는 주로 노동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가령 현행 노조법은 노조가 복수일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나,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개별 노조별 교섭이 진행될 수 있다(제29조의 2). 즉 조합원이 어느 노조에 소속되어 있는지, 해당 노조와 사용자가 어떠한 내용의 협상을 하였는지에 따라 협상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용자가 노조 간 협상 내용을 서로 차별적으로 대우할 수 없도록 하여(개정안 제29조의 2 제3항), 사용자는 이른바 ‘무차별원칙’을 각 노조에 적용해야만 한다. 사용자로서는 A라는 노조와 협상을 할 때 B, C 등 다른 노조도 같은 조건으로 대우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서 협상을 해야 하므로 그 만큼 협상력은 줄어들게 되는 반면, 사용자와 대립각을 세워 온 노조는 사용자와 호의적인 관계에 있는 노조가 협상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똑같이 누리게 되므로 그 만큼 협상력은 강화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사측에서 그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온 시설 점거를 통한 쟁위행위 ‘전면 금지’나, 노조의 장기간 쟁의행위가 예상될 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이번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사용자에 대하여 열위에 놓인 근로자들을 위해 마련된 노조법이 자칫 기업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정안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6.21  10:22:17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제약, #수단, #파업, #노조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