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 결혼을 앞둔 회사원 A씨(29세)는 경기 용인 수지구에 주택을 매입해 무주택자 생활을 마쳤다. 그러나 수지에 마련한 집에는 세입자를 들이고 한동안 전월세 살이를 계속했다. 식을 올리기 전 신혼집에 혼자 살기도 애매하고, 당장 자금 여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A씨는 천천히 대출금을 끌어 모아 전세 보증금을 상환하고 수지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7월부터 A씨와 같이 돈을 모으거나 원하는 만큼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전망이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무주택자도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가격과 상관 없이 6개월 내 전입의무가 부과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 제한 대상에 추가된다. 대출을 받기 쉽지 않은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속속들이 막힌 셈이다. 

더불어 1주택자는 규제지역 내 주택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신규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주택구입을 위해 보금자리론을 받는다면 3개월 내 전입하고 1년 이상 실거주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대출금이 환수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 중 하나로 '갭투자'를 지목하면서, 이같은 규제를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규제 요건이 강화되고, 대상 지역도 수도권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해 집값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수요자와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 3년간 52% 상승해 3억원 이상 올랐고, 중위값은 현재 9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3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임에도 규제에 포함된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의 아파트 124만9389채 가운데 3억원 이하는 약 3.5%(4만3000여개)에 불과하다. 

중저가형 아파트가 많은 강북권 중랑구와 금천구도 약 10%에 불과했고, 도봉구만 20%를 넘어서며 23.11%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오래된 아파트나 대단지와는 거주환경이 다른 나홀로 아파트가 대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울에선 3억원으로 자가는 힘들어진지 오래다"라고 꼬집었다.

신도시 노리는 신혼 부부, 올해 안에 전입신고 필수
▲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운정3지구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수도권 내집마련' 목표가 점점 멀어진다는 걱정 어린 한숨이 나오는 가운데 이럴 때 일수록 부동산 전략을 세워야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열기가 뜨거워지는 청약시장도 이는 마찬가지다. 막연히 당첨을 기다리기보다 최소 2~3년 이상의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도시 분양을 노리는 신혼부부는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역 또는 대규모 신도시(66만㎡이상)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청약당첨이 유리해진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에선 예비청약으로 내년 9000가구를 우선 분양해, 지금 당장 전입신고를 해도 1순위에서 제외된다. 

앞으로 2~3년 뒤 진행되는 본 청약의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지금부터 미리 해당 지역을 선택하고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내집마련의 지름길이다. 이제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신도시 분양을 노릴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목표 지역을 한 곳 정해 거주자 우선 분양을 노려야 원활히 입주할 수 있다"면서 "전매가 금지되다 보니 분양권 시장은 이제 없어지는 셈인데, 풍선효과로 기존 시장의 가격이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분양 이후 나오는 미분양을 노려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시적으로 미분양이 나올 수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16만개가 넘었던 미분양 아파트는 현재 4만여개에 불과하다. 누적되지 않고 소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수중에 3억원 쥔 무주택자, 갈 곳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일대로 확대된 가운데, 규제를 빗겨간 경기 파주와 김포 지역의 신축 아파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이들 지역의 경우 GTX 호재의 영향권의 경우 외곽지역에 비해 집값이 소폭 오름세를 타면서 추가적인 자금 여력이 필요할 수 있다. 경기 고양 행신동 등 3호선 라인은 신축이 아닌 구축이지만 가격대를 맞출 수 있어 고려해 볼만 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이외에 내집 마련을 위한 다른 방안은 없을까.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철저히 소액으로 본다면 경매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매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두차례 유찰 된 것을 찾아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부동산 정보앱 호갱노노에는 검단힐스테이트 전용면적 142㎡ 아파트는 1차례 유찰돼 시가보다 30% 낮은 2억8000만원대에 나와 있다. 다만 권 팀장은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건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권리 관계도 복잡할 수 있어 공부를 하거나 컨설팅을 받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빌라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거주와 투자 가운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에 따라 조건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개발이 진행될 여지가 있는 빌라는 가격이 비싸고, 그 이상은 가격은 저렴해도 주거환경이 어렵다. 도심이 아니라면 강북 지역의 주택 밀집 지역으로 접근해 볼 수 있겠지만,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이 아닌 경기도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여전히 저렴한 것들이 많다. 고양이나 파주 등 경기 북부 지방에는 30평대에 2억원이 채 되지 않는 신축 빌라들이 나온다. 다만 거주하기엔 좋지만, 나중에 팔고 나오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