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폭력을 가하는 범죄를 데이터 폭력이라 부른다.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숱한 화제를 일으키고 종영된 JTBC 부부의세계에 등장하는 민현서(심은우 분)가 당한 것이 바로 데이트 폭력의 전형이다. 데이트 폭력은 타인의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최악의 행위며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죄악이다.

현재 국내 ICT 플랫폼 시장에서도 데이트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살인적인 규제라는 폭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널 부셔버리겠어"라며 달려드는 편이 낫지, "사랑한다"면서 때리는 행위는 더욱 모골이 송연해지게 만든다.

"사랑한다"는 정부
코로나19로 경제가 파탄난 상황이지만, 비대면 트렌드의 부상으로 ICT 플랫폼은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국형 뉴딜이라는 새로운 경제 부흥책을 꺼내며 그 중심에 '디지털과 그린'을 위치시켰다. 특히 디지털 뉴딜에 시선이 집중된다. 기본 정부 주도의 토목산업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는 디지털에 선택과 집중을 단행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이미 액션플랜의 윤곽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기업인 더존비즈온을 방문해 디지털 뉴딜을 두고 "디지털 경제 기반이 되는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이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22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국내 OTT 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 2022년 미디어 시장 10조로 키우는 한편 콘텐츠 수출을 16조원으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나왔다. 큰 틀에서 디지털 뉴딜의 연장선이다.

국회서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K-뉴딜 위원회를 발족시키며 그린뉴딜·사회안전망고용·미래전환본부를 비롯해 디지털 뉴딜을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4개의 본부에는 최소 10명의 위원이 활동할 예정이며 차기 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중량감도 있다.

조만간 진행될 3차 추경에서도 한국판 뉴딜사업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될 것으로 보인다.

때리는 정부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의 가치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며, 정부는 민간을 지원하고 판을 깔아준다는 개념이다. 개발도상국 특유의 정부 주도 토목사업 로드맵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 시대에 알맞는 특화 전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매우 훌륭한 액션플랜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언행불일치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어 논란이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택시업계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들여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을 포기하게 만들고 쏘카 VCNC 타다 베이직을 멈추게 만들더니, 급기야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멈추는 일까지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불공정행위 근절과 디지털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대책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22일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 집행 기준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심사 지침은 2021년 6월 제정이 목표다. 디지털 뉴딜 선봉장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업무 전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골자며, 쉽게 말하면 플랫폼 사업자의 손과 발을 묶겠다는 발상이다.

개정을 앞두고 있는 전자상거래소비자 보호법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최근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수수료 논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을 일종의 '적폐'로 규정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디지털 뉴딜 정책을 기조로 삼으며 민간 중심의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 시장 강화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플랫폼 갑질을 근절하고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은 그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개입의 선을 넘으면서 시장의 활성화를 촉진시킨다는 프레임을 걸고, 한 편에서는 때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두고 배달앱 일각에서 대규모유통업법에 오픈마켓 배달앱을 포괄하는 방안은 이중규제라 지적하는 등, 현안의 디테일도 부족하다.

많은 ICT 플랫폼 기업들이 "이런 상황이면 해외로 가겠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다. 정부는 이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