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발효유 선주두자 ‘한국야쿠르트’가 회춘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51주년을 맞은 한국야쿠르트는 발효유 전문 기업에서 신선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동시에 젊은 층을 끌어안기 위해 새 옷 갈아입기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캐릭터 ‘야쿠르트D20’를 출시하면서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제품 차별화에 돌입했다. 약 1년에 걸쳐 탄생한 D20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의인화했다.

DAY20 줄임말로 야쿠르트 1병을 만들기 위해 20일간의 제조 과정을 거친다는 뜻을 담았다. 이외에도 주요 사업인 발효유 중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온라인몰 ‘하이프레시’를 이용한 HMR(가정간편식), 화장품 등으로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 한국야쿠르트 굿즈 '야쿠르트 크래들'. 출처=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 관계사 '팔도'는 'B급 감성 콘셉트' 전략으로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는 데 성공했다. 팔도는 지난해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 매운맛)’을 선보인 결과 국내에서 3달 만에 900만개가 판매되는 등 젊은 층 입맛을 사로잡았다. 올해는 기존 수프에 크림분말수프를 더해 ‘부드러운 매운맛’을 냈다는 ‘팔도BB크림면’ 등으로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이다.

이색 콜라보에도 힘을 주고 있다. 스포츠 패션 브랜드 FCMM과 손잡고 한정판 ‘팔도비빔면 티셔츠’도 출시했고, 브랜드 CM송 가사에는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문구를 영어로 새기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외에도 ‘비락 바나나식혜(이하 바나나식혜)’도 선보이면서 1020세대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바나나식혜’는 지난 1993년 출시한 ‘비락 식혜’ 브랜드 중 과일 맛을 더한 최초 제품이다. 

▲ 패션 브랜드 FCMM과 손잡고 춣시한 한정판 '팔도비빔면 티셔츠' 제품. 출처=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아줌마' 공식은 잊어라...50살 야쿠르트의 변신

50년 긴 역사를 가진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변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기존 보수적이고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기다리고 기대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장수 브랜드는 세월이 흐르면서 젊은 층에게 잊히기 쉽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괄도네넴띤이 대표적인 사례다. 꾸준한 소비자 소통을 통해 젊은 층 유입은 늘리고 기존 원조 제품도 함께 매출 상승을 높인 결과 전체 회사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성과를 일으켰다. 실제 팔도는 지난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086억원, 136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 4507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통상 비빔면은 5~9월이 성수기지만, 괄도네넴띤 인기에 팔도비빔면 브랜드 가치도 동반상승하면서 비수기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약 30% 매출 신장률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

온라인 사업과 캐릭터 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음료란 과거 이미지를 넘어 플랫폼 다변화를 위해 '하이프레시'를 선보였다. 하이프레시는 지난 2017년 연말에 선임된 김병진 한국야쿠르트 대표의 플랫폼 다변화 사업전략 중 하나였다.그러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한 비대면 소비패턴 변화와 모바일 쇼핑 성장으로 온라인 채널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실제 올해 1~3월 '하이프레시' 주문 건수(건강기능식품, 발효유, 신선간편식, 우유, 커피, 음료)는 1월 12만658건, 2월 12만1067건에서 3월 17만441건으로 약 40% 증가했다. 자체 상품만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죽, 종가집 등 다양한 인기 브랜드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주문 건수도 늘리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수브랜드에도 '젊은 감성' 입힌다

자체 캐릭터를 만든 점도 같은 이유다. 한국야쿠르트는 펭수가 다수의 식품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일으킨 이미지 개선 효과에 주목, 기존 캐릭터 콜라보를 넘어선 자체 캐릭터 출시란 전례없던 결단을 내렸다. 향후 한국야쿠르트는 자체 캐릭더와 관련된 굿즈와 이모티콘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지 개선 작업과 함께 브랜드 확장과 신시장 진출 등 미래 먹거리 준비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1월 세계 곳곳의 특색 있는 맛을 담는 ‘팔도 볶음면’ 시리즈 첫 제품으로 이탈리안 로제 파스타 ‘이탈리안 델리’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어린이 영양식 ‘뽀로로 참맛포켓죽’을 출시하며 죽 시장에도 진출했다.

권민정 한국야쿠르트 디자인2팀장은 “신규 캐릭터를 통해 어린이를 포함한 젊은 세대가 보다 친근하게 브랜드를 경험하길 기대한다”면서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와 제품을 기획해 고객들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스테디 셀러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은 꾸준한 매출 수요가 나오는 이점도 있지만 결국은 브랜드 이미지가 올드해질 수 있다”면서 “다만 캐릭터 사업이나 B급 감성을 건드린 마케팅은 젊은 층의 수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