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장점은 출근이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퇴근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던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은 노동자가 된지 어느덧 일 년째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새내기 프리랜서지만, 프리랜서가 된 직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애를 먹었다. 내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도, 모든 것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업무방식도 버거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일과 휴식의 경계를 찾는 일이었다.

나의 모든 작업은 주로 안방에서 이루어졌다.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요약을 하고, 글을 썼다. 침대 옆에 바투 놓인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영상을 편집하고 각종 업무를 처리했다. 안방에서 일어나, 안방에서 일하고, 안방에서 잠드는 ‘안방 노동자’로 살기를 몇 개월. 슬슬 뭔가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쉼과 일을 분리하지 못해 업무 효율과 디테일이 떨어져갔다. 일이 조금만 안 풀린다 싶으면 침대 위로 벌렁 나자빠져 한숨을 쉬다 낮잠에 빠지기 일쑤였고, 정작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자기반성과 우울감을 번갈아 토로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스위치’가 없는 삶이었다. 일과 휴식의 범위가 처참하게 뭉개져 그 무엇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오랫동안 재택근무를 해온 선배 프리랜서들은 입을 모아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회사원처럼 제대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늘 같은 시간에 (작업 공간으로)출근하라.’ 이러한 루틴이 작업 능률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나는 곧장 ‘스위치’ 만들기에 돌입했다. 먼저, 자고 깨는 시간을 정해 지켰다. 일어나면 말끔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취침시간이 아니면 침대에 눕지 않았고, 작업 공간을 안방으로부터 분리해냈다.

결과는 어땠을까? ‘작업 능률 상승’을 기대했던 나는 놀랍게도 ‘휴식 효과의 극대화’를 먼저 맛보게 되었다. 노동자의 옷을 벗고 제대로 휴식자가 되어 맞는 밤은 고요하고 달콤했다. 일해도 일한 보람이 없고,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기분을 더는 느끼지 않았다. 일과 휴식에 있어 그 복장과 공간을 분리하는 일은 비단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제대로 쉬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내 안에 있는 노동자도 문설주 아래로 내려오는 초록늑대거미를 바라보며 고요합니다”

장석주 <마흔의 서재> 중

나는 이제 휴식의 공간에 일을 끌고 들어오지 않는다. 서재로 출근할 땐 온전히 노동자가 되고, 안방으로 퇴근할 땐 고요한 휴식자가 된다. 프리랜서의 낮과 밤을 나누는 이 이분법이 얼마나 유용한지, 나는 이제야 실감한다. 새내기 프리랜서에서 한 단계 성장하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