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모바일 게임의 흥행 키워드로 자리잡은 ‘레트로(Retro·복고주의)’가 올해 하반기에도 두각을 드러낼 전망이다.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출시될 모바일 신작들이 원작인 PC 온라인 게임의 감성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준비되고 있다. 인기 IP를 활용하는 것에 더해,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모바일 버전으로 옮기는 식이다. 익숙함과 옛 향수를 중요시하는 유저들의 입맛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 트릭스터M 대표 이미지. 출처=엔트리브소프트
▲ 트릭스터M 이미지. 출처=엔트리브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는 연내 출시 목표인 모바일 MMORPG ‘트릭스터M’을 공개했다. 원작인 트릭스터는 지난 2003년 출시된 PC 온라인 게임으로, 당시 ‘뮤’ ‘리니지’ 등 1세대 인기 게임들과 경합한 인기작이다. 트릭스터는 한국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고 특히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엔트리브소프트는 원작의 많은 특성을 트릭스터M에 그대로 살려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감성이 느껴지는 2D 도트 그래픽을 구현했다. 공개된 신작 스크린샷과 원작을 비교시 모바일 버전엔 조금더 입체감을 살린 모습인데, 과거의 익숙함을 거의 헤치지 않았다.

게임의 특성이었던 ‘드릴 액션’, 아기자기한 시그니처 모션 등도 구현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원작 BGM(배경음악) 도입 여부는 확정 발표되지 않았지만 자사 IP 게임 기반인 만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을 이달 15일 출시한다. 원작인 바람의나라는 1996년 출시되어 서비스 25년차를 맞은 국내 최장수 PC온라인 게임이다. 바람의나라 역시 2D 도트 그래픽으로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다. 

특히 바람의나라는 고정된 화면에서 캐릭터가 상하좌우로만 이동할 수 있다. 출시 당시엔 이런 단순함이 기술적 한계에 따른 선택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바람의나라만의 매력이 됐다. 이는 넥슨과 개발사 슈퍼캣이 모바일 신작 바람의나라: 연의 그래픽을 초창기 형태의 옛버전으로 구현하는 이유다.

▲ 바람의나라 연 CBT 모습. 출처=전현수 기자

넥슨은 바람의나라: 연에 원작의 특징을 거의 100% 계승했다고 강조했다. 2D 도트 그래픽부터 BGM, 캐릭터 움직임, 직업, 스킬 이펙트 등 기존 PC 유저들이 반길만한 핵심 요소를 최대한 그대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게임사들의 이 같은 레트로 전략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학창 시절 PC 온라인게임을 즐겼던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레트로 게임은 호응을 얻고 있다.

레트로 게임의 인기는 올해 상반기에도 입증됐다. 지난 5월 출시된 ‘뮤 아크엔젤(웹젠)’이 대표적이다. 뮤 아크엔젤은 원작 ‘뮤 온라인’의 그래픽과 이펙트 등 감성을 그대로 구현하며 이른바 ‘뮤저씨(뮤를 하는 아저씨)’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뮤 아크엔젤은 앱 마켓 매출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넥슨)’는 PC 원작의 게임성을 모바일에 성공적으로 구현한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스톤에이지월드(넷마블)’는 원작 대비 그래픽을 많이 손 봤지만 원작의 감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재해석했다. 이들 게임 또한 앱 마켓 매출 순위 톱10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러한 ‘원작 계승’ 방식은 지난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의 성공이 촉매제가 됐다는 평이다.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은 20여년 지난 원작의 투박한 그래픽과 게임성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출시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촌스러운 옛날 게임을 복사한 게임”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리니지M은 많은 원작 유저들의 선택을 받으며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