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자료 문서. 출처=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놓고 양측의 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그간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으며,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해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6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회의록을 공개하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0일 통화 녹취파일에서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가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어쨌든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국내선이라도”고 말하자 이석주 AK홀딩스 대표(당시 제주항공 사장)는 “지금은 셧다운하고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가 “국내선 슬롯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것들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하자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며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녹취파일에서 최 대표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에서 다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며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어 “협력업체에도 미지급이 많다. 셧다운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라고 직원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수준으로 협조해달라고 레터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대표의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아에 7분에 달하는 분량의 통화 녹취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조종사노조는 녹취록과 함께 지난 3월 9일자 회의록도 공개했다. 해당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운항 승무직 90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구조조정 계획을 세운 것으로 돼있다. 회의록에는 구조조정 인력 총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안도 기재돼 있다.

아울러 또 다른 문서에는 제주항공이 기재 4대를 축소함에 따라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에 대한 자구 계획은 있으나 급여 체납으로 시행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주항공이 추가 대여금 50억원을 지급할 때에는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집행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제주항공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기 위해 초강수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그간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관여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양측의 진실공방이 번지면서 인수 파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7일 이후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이스타항공 M&A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은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지만 어떤 안건도 상정하지 못하고 폐회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 측으로부터 신규 이사·감사 후보 명단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23일 다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