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의 원유 공급 감소 소식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수요 침체 우려가 투자심리를 제한하면서, 국제 유가는 이틀 연속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7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02%(0.01달러) 내린 40.6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9월물은 장 중 한때 배럴당 0.51%(0.22달러) 떨어진 42.88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몇 가지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강력한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1%대 폭의 제한된 등락을 보였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 공급량이 감소했다고 전하는 한편, 올해 미국 산유량을 이전 예상치보다 0.6% 올려 잡은 하루 평균 1163만 배럴로 전망했다.

EIA는 유가 전망치도 지난달보다 상향 조정했다. 올해 WTI 가격은 6.9% 높게 잡은 배럴당 평균 37.55달러, 내년 WTI 가격은 4.1% 오른 45.70달러로 전망됐다.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40.50달러와 내년 49.70달러로, 이전 전망치보다 각각 6.5%와 3.8% 높게 제시됐다.

감산 관련 호재도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이행률이 10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경제 봉쇄를 행하는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집계된 16개 주(州)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날 텍사스주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좀처럼 통제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미국 내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경제 재개 지연이 관측되는 상황이다. 호주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로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봉쇄령을 발동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올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성장률을 기존 -7.7%에서 -8.7%로 하향 조정하고,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미국의 경제 회복이 예상했던 것보다 평탄하지 않다"고 우려하는 등 글로벌 경제 전망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들도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시장은 지난 6일 워싱턴D.C. 연방 지방 법원이 미국 중서부를 관통하는 대형 송유관인 다코타 액세스 파이프라인(DAPL)을 30일 내 폐쇄하라고 내린 판결의 여파도 주시하고 있다.

일 평균 57만 배럴의 원유가 거쳐 가는 DAPL은 미 중서부와 멕시코만 연안으로 원유를 수송하는 데 '동맥'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연방 지방 법원은 지난 4월 해당 송유관이 환경 영향 평가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건설돼 국가 환경 정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따라 DAPL의 운영이 중단될 경우 관련 지역의 원유 생산 및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원유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진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