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톡의 케빈 메이어 CEO가 인도 정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에 데이터를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출처= HR Nex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근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인도 내 반중(反中) 감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틱톡, 위챗 등 59개의 중국 앱의 인도 내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하자, 틱톡의 케빈 메이어 CEO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인도 정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 정부로부터 사용자 데이터를 요청받은 적도 없으며, 요청받는다 해도 데이터를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최근 보도했다.

틱톡의 간절한 구애

월트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Disney+)를 총괄하다 지난 달에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최고운영책임자(COO)겸 틱톡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메이어는 편지에서 “인도 내 틱톡 사용자의 정보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서버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우리 이용자들(인도인들)의 개인정보, 그리고 인도의 보안과 주권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썼다.

또 “인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앞으로 현지 채용을 늘리는 등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 인도 정부가 인도 내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한 59개 앱에는 틱톡과 QQ 뮤직(QQ Music) 외에도 바이두(Baidu)의 바이두 맵과 텐센트(Tenscent)의 위챗, 알리바바의 UC 브라우저 (UC Browser), 소셜비디오 앱 콰이(Kwai), 파일공유 앱 쉐어잇(ShareIt)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인도 정보기술부는 중국 앱의 사용 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앱들이 인도의 주권과 보전, 인도 방위, 국가 안전 및 공공질서에 대한 해롭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초 분쟁 중인 히말라야 국경에서 인도와 중국 양측 군인들 간의 충돌로 수 십 명의 군인들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틱톡이 인도 시장에 10억 달러(1조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메이어CEO의 서한은 이 지역에 대한 회사의 투자를 강조하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또, 인도의 사용 금지로 바이트댄스가 60억 달러(7조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이는 금지된 다른 모든 앱들을 손실을 합친 것보다 클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 외에도 인도에 소셜미디어 플랫폼 헬로와 동영상 앱 비고비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메이어 CEO는 서한에서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 인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한 적이 없음을 확인해 줄 수 있다”며 "앞으로 그런 요청을 받는다 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성장의 발판, 인도

최근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가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통한 틱톡의 다운로드 회수는 6억 2600만 건에 달해 비게임 앱으로는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상반기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4억 2100만 달러(5000억원)를 벌어들이며 수입 순위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센서타워는 지난 4월 기준 틱톡을 다운로드 회수는 전세계적으로 20억 건을 돌파했다고 보고했다.

전체 사용자 수의 30.3%인 6억 1100만 건이 인도 사용자들이며 이들은 대부분 평생 사용권을 사용 중이어서, 틱톡의 성장에 인도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틱톡이 인도에 절절한 서한을 보낸 이유다.

▲ 최근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인도 내 반중(反中) 감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도 정부는 틱톡, 위챗 등 59개의 중국 앱의 인도 내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인도 부추기는 美

한편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일 기자들에게 “인도의 중국 앱 사용 금지 조치를 환영한다”며 “인도의 ‘클린 앱’ 접근 방식이 인도의 주권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공화)이 미국 정부에 틱톡의 검열 우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청한 바 있는데, 그 다음 달에 미국 보안 당국이 바이트댄스에 회사가 취급하는 개인 정보의 안전에 대해 조회하자,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중국 본사와 완전히 분리시키려 한다는 기사가 그 다음 달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틱톡은 지난 3월부터 미국 정부의 정책결정자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워싱턴에 기반을 둔 영향력 있는 중량감 있는 정책 전문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애타는 양국 기업들

CNN은 시장조사기관 캐널라이스(Canalys)를 인용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인도의 주요 투자사”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은 국외의 강력한 기반을 잃게 되고, 중국 디지털 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틱톡 외에도 인도 국영통신사인 BSNL과 MTNL이 최근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 배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반중 정서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중국 기업의 인도 투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인도 기업들이 중국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음식배달 앱 조마토(Zomato)는 중국 디지털결제 기업 앤트파이낸셜로부터 약 1억달러(12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당장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인도 정부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양국 분쟁으로 불투명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