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경 한국야쿠르트 R&BD부문 연구기획팀 과장·식품기술사.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더욱이 본업을 가진 직장인일수록 업무적으로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자가 만난 김은경 한국야쿠르트 R&BD부문 연구기획팀 과장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즐기는 사람인 동시에 ‘연구원’이기도 하고 ‘식품기술사’다.

식품기술사는 식품업계에서 가질 수 있는 최상위 자격증이라 불린다. 취득하기에 그보다 어려운 자격증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 지원자 평균연령도 50~60대로 높고, 합격률도 5%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처음부터 김은경 과장이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두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생산부문 천안공장 품질혁신팀에 입사했던 그는 당시 공채로 채용돼 생산 파트로 발령받은 유일한 여성이었다.

김 과장은 천안공장에서 자사의 주력 음료 제품의 원재료인 원유검사부터 완제품의 규격 검사까지 모든 영역의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4년차에 접어들면서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식품기술사’에 도전했다. 이 자격증은 4년 정도 관련 업무경력이 있어야 응시자격이 생긴다.

김 과장은 “업무가 익숙해지다 보니 지루한 면도 있었고, 생산 분야에 공채로 입사한 여성은 처음이었던 터라 아무래도 선입견이 존재했다”면서 “그 점을 가장 먼저 깨고 싶었고, 업무적으로도 차별화 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도중 객관적인 공인인증 자격을 따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본업과 겸행해야 하고 주말출근도 가끔 있을 때라 학원에 다니는 것도 불가능했다. 독학으로 시작한 공부는 퇴근 후 한밤중까지 이어졌다. 김 과장은 “당시 업무적으로도 바쁠 때라 퇴근하고 도착하면 9시 정도인데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면서 “늦게까지 하다 보니 차가 끊겨서 걸어가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퇴근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 반의 노력 끝에 식품기술사 자격증 취득에 성공한 그는 당시 31살 최연소 합격자였다. 현재는 지원 연령층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 당시는 그러한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30대에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김 과장은 “면접장에서도 지원자는 50대 상무급 이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면접의 공정성을 위해 회사와 이름 등 개인적인 프로필은 공개하지 않고 블라인드로 진행한다”면서 “그 당시 면접자들도 어린 친구가 들어오니 놀라기도 하고 질문 자체도 굉장히 까다로워 면접에서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 김은경 과장이 식품기술사 자격증을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자격증 취득 후 업무적으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평택공장에서 동일한 직무를 잠시 맡다 2017년 유산균 종균을 배양하는 PO(Probiotics Operation) 공장으로 발령받았다. 프로바이오틱스 제조 품질을 관리하는 업무 면에서는 기존과 동일했지만 균을 배양하는 곳이다 보니 더욱 위생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실무 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대외적으로 협력업체와 일을 할 때 전문가 시각으로 보다보니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동안은 발효유에만 집중했다면, 식품 이슈 전반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지도와 자문 형태도 많이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기획해 올린 제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PO공장 근무 당시 일반 아이스박스로 균을 이동할 때 온도 유지가 어렵고 박스가 파손되는 문제점을 알게 된 후, 박스 충격완화 장치 소재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두께 등을 계산한 제안서를 올려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김 과장은 “유산균은 혈액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배양균은 모든 발효유를 탄생시키는 주원료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가장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야쿠르트가 B2B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김 과장은 오랫동안 몸담았던 생산 분야를 떠나 올해부터 R&BD부문인 연구 분야로 이동했다. 연구기획팀 소속으로 B2B사업 관련 업무와 연구특허 조사를 담당하며, 생산직에서 얻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식품기술사의 전문지식은 현 직무에서 더욱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그는 “직전까지 생산부서에서 프로바이오티스 생산을 직접 익혔기 때문에 B2B 사업 진행시 해당 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직무에 이점이 많다”면서 “공정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기술사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새롭게 프로세스 만드는 작업을 시행할 때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 김은경 과장이 체지방을 감소시켜주는 '룩 킬팻 다이어트'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가장 최근에는 체지방을 감소시켜주는 ‘다이어트 유산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임상실험을 통과한 ‘룩 킬팻 다이어트’라는 제품은 현재 홈쇼핑 채널에만 론칭된 상태다. 이외에도 다이어트 유산균이 체지방 감소, 장건강 도움은 물론 면연력과 피부 등 다른 기능과도 연관성이 있는지 추가 연구 중에 있다.

김 과장은 “다이어트 유산균 다음으로 ‘피부 유산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올해 가을 쯤 관련 균을 활용한 B2B사업을 준비 중에 있고, 바르는 화장품에도 적용시켜 업종에 상관없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업계 최고 자격증을 취득한 김은경 과장에게도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 그는 “기술사 자격증이 있으면 포장, 품질경영, 수질 등 다른 분야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코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포장공정이나 기능성 쪽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까지 PLA(유산균을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국내 자체개발로 더 이상 수입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