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행운의 여신’이 따로 없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7년 조정우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10% 미만의 낮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신약 개발도 2건이나 성공했다. 올해는 코스피 시장에 입성해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 모든 업적을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수장으로 있는 동안 일궈냈다. 혹자는 시기적으로 운이 따랐다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SK바이오팜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모기업인 SK그룹의 변함없는 지원과 더불어 시장의 흐름을 읽는 조 사장의 혜안이 빛을 발해 지금의 SK바이오팜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지난 6월 15일 열린 기업공개(IPO)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출처=SK바이오팜

첫 단추 잘 뀄다

조정우 사장은 1961년생으로 인하대학교 생물학 학·석사, 미국 텍사스 A&M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 금호석유화학 금호생명과학연구소를 거쳐 2001년 SK라이프사이언스 랩장으로 영입되면서 SK그룹의 바이오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조 사장은 SK바이오팜에서 신약사업부문장, 최고운영책임자(COO),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 등 2개의 신약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사장은 승진에 대한 보답을 하듯이 올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 공식 출시한 데 이어 이달 2일 회사를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켰다.

SK바이오팜은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첫날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단숨에 공모가(4만9000원) 대비 4배 이상 오르면서 주식 시장의 최대 기대주로 떠올랐다. 한때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최대 19조9357억원까지 늘어나면서 모회사인 SK마저 추월했다. 조 사장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약 연구 개발 및 상업화에 재투자해 회사의 성장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역사적인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며 “모든 신약 개발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출처=SK바이오팜

중간다리 역할 톡톡 

SK바이오팜의 돌풍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이 회사는 모기업 SK그룹의 든든한 지원 아래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 FDA 승인을 받은 혁신 신약 2개를 보유하고 있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과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 지난 5월부터 미국 내 판매를 개시했다.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은 지난해 7월 미국에 출시된 데 이어 연내 유럽 진출을 앞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조 사장의 공로가 적지 않다. 조 사장은 2001년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후보물질 탐색 단계부터 FDA 허가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함께 한 장본인이다. 후보 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FDA 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뒷바라지도 SK바이오팜의 대표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SK의 생활과학 사업부문이 단순 물적 분할되면서 설립된 중추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업체다. 한때 대기업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실패 사례가 속출했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SK그룹은 1993년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SK그룹의 무한 신뢰를 지켜내는 일도 조 사장의 몫이었다. 그는 내부적으로 혁신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도 그룹 내 지지를 이끌어내는 중간 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1년부터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SK에서 신약개발 관련 중장기 계획을 세웠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매일 매일 힘들었지만, 지난 20여년 노력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져 뜻 깊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중추신경계 질환 및 항암 분야의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글로벌 공략·항암제 개발 도전

조 사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2종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남은 건 제품 출시가 매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 일환으로 조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판매 체제를 가동해 수익성 확대를 꾀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는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는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미국 전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현지 영업인력 110여명이 담당하도록 직판 체계를 구축했다. 재즈파마슈티컬스이 미국 판권을 보유한 솔리암페톨과 달리 세노바메이트는 글로벌 파트너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없이 판매이익을 독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조 사장은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성공적인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뇌질환과 항암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먼저 차기 신약으로 희귀 소아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기대를 모은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카리스바메이트의 임상 1b상과 2상을 완료하고 내년에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추신경계 신약을 넘어 항암제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조 사장은 내년 FDA 통해 뇌종양 치료제의 임상 1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달 열린 상장 기념 온라인 간담회에서 “당사는 현재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 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글로벌 조직과 경쟁력을 갖췄다”며 “자체 역량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계속해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치료제를 개발해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