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경제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리비아의 원유 생산 재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원유 수요 부진 우려와 재고 증가 전망이 투자 심리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9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3.1%(1.28달러) 떨어진 39.62달러에 장을 마감, 40달러선이 무너졌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2.2%(0.94달러) 내린 42.35달러에 거래되며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악화일로를 밟으면서, 경제 '셧다운'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점이 눈길을 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8일 오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7일부터 하루 6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발병 사례는 지난 2주 동안 전체 50개 주(州) 가운데 42개에서 증가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주들을 중심으로 2차 봉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여전히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지난 6주 동안 총 확진자 수는 2배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는 현재까지 전 세계 1200만명이 감염됐고, 적어도 55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2차 유행이 가시화된 7월 초 이후 애플 맵을 통한 도보 및 운전 경로 요청 빈도 역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 드라이빙시즌으로 원유 수요가 회복되리라는 기대도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의 절반 가량으로 둔화했던 애플 맵 경로 요청은 6월 들어서 1월 수준을 회복, 이달 초에는 정점을 찍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며칠 간 독립기념일 연휴 등 통상적으로 이동이 빈번한 시기임에도 약 6%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특히 애리조나·플로리다·텍사스·캘리포니아 등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들에서 두드러졌다. 국제유가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 리비아가 일부 유전에서 원유 생산을 재개한 점도 이날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기술적인 이유로 중단됐던 메슬라 오일필드와 사리르 리파이너리 등 리비아 동부 소재 주요 유전들이 재가동을 시작했다고 같은 날 마켓인사이더 등이 보도한 가운데 공급 물량 증대 우려가 커진 셈이다.

리비아 국영 석유공사는 지난 1월 이후 봉쇄됐던 에스사이더항의 수출 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다만 유조선의 입항은 아직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리비아의 석유 공급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가 오는 15일 개최할 회의에서 현재 일 970만 배럴에 달하는 감산 규모를 7월 말 이후 축소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원유의 재고 증가 및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