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올해 6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백정현 대표. 마케팅 전문가인 백 대표에게 최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둘러싼 이전가격 이슈는 주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출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이하 재규어랜드로버)의 지난 회계연도 영업손익이 전년 적자에서 단숨에 600억원대의 흑자로 전환한 사실이 확인됐다.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영업 성과와 별개인 세금 변동사항이 반영된 지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작년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 기간 이어진 재규어랜드로버 2019 회계연도에 발생한 영업이익은 고무적이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제13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전 회계연도(-344억원) 대비 흑자전환한 62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올해까지 5기 회계연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잇따라 지난 회계연도 경영실적을 공개한 수입차 업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547억원), BMW코리아(817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다만 축포를 터트리기에는 미묘한 구석도 많다. 특히 재규어랜드로버 실적 가운데 영업이익과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 두 지표의 변동 추이가 다르게 나타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재규어랜드로버의 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만4247대에서 38.2% 감소한 8799대에 머물렀다. 작년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종 소비자 수요가 경기 침체 때문에 줄어든데다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업황을 차치하더라도 재규어랜드로버가 최근 5 회계연도 간 매년 기록한 판매대수와 영업이익은 대부분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기조를 보였다.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대수가 2017 회계연도(1만7474대)를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해온 반면, 영업이익은 매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통상 영업실적과 다른 양상의 금융 실적이나 환율 등 대외적 변수가 나타나더라도 기업 전체 실적은 매출 추이를 따라 선형적 기조를 보이는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영업이익에 기복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다국적 기업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관건인 이전가격(transfer price)이 꼽힌다. 이전가격은 해외 지사가 본사로부터 상품 등을 매입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본사는 당초 회계연도 개시 시점에 앞서 상품을 일정 공급가에 지사에 공급한 뒤, 회계연도가 끝나면 이전가격을 임의 조정해 해외 지사의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다.

이전가격은 해당 회계연도 산출되는 정상가격(arm’s length price)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명목으로 조정된다. 정상가격은 합당한 수준으로 산정된 시세로 조세 관련 법에 산출 방식이 명시돼있다.

이전가격이 상향 조정될 경우, 해당 지사는 당기순이익을 낮춤으로써 법인세를 덜 낼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전가격이 지사의 물량 매입비용보다 높아질 경우, 지사는 늘어난 차액만큼 본사에 추가 지불해야 한다. 이는 영업외비용으로 재무제표에 계상됨에 따라 순이익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당 지사는 이 경우 순이익 규모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법인세를 덜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규어랜드로버가 4998만원에 수입한 디스커버리 스포츠(D180 S 트림)를 국내에서 6497만원에 판매할 경우 단순 산출되는 이익은 1499만원이다. 하지만 재규어랜드로버 본사가 사후 조정 과정을 거쳐 이전가격을 5500만원으로 높이면 재규어랜드로버의 당기순이익은 502만원 줄어든다.

이 같은 사후조정 과정이 해당 회계연도 모든 거래 건에 적용될 경우, 재규어랜드로버의 영업이익은 감소하지만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규어랜드로버는 법인세 부담을 덜고, 본사는 재규어랜드로버로부터 더 많이 거둬들인 이전소득을 재투자하는 등 윈윈할 수 있다. 실제 재규어랜드로버의 법인세 규모는 2015~2018 회계연도 18억~41억원 수준을 보이다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난 2019 회계연도에 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이전소득 빼면 지난 회계연도 847억원 손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이번 실적에 최근 5기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산정된 이전소득이 새로 반영된 사실을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한국·영국 양국의 국세청 합의에 따라 본사로부터 지원받은 최근 5 회계연도치 이전소득을 매출원가에 적용했다. 국세청 논의 결과 재규어랜드로버가 재무제표 상 수치보다 더 많은 이익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재규어랜드로버의 2019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을 기준으로 반영된 이전소득(이전가격조정이익)은 총 1474억원에 달한다. 지난 회계연도 재규어랜드로버 영업손익에서 해당 이전소득을 배제할 경우 84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산출된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 회계연도 본사 지원액을 제외할 경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다만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법인세를 제한 재무제표 상) 당기순이익은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국내 모든 수입차 업체들이 이전가격을 임의 조작할 수 있는 여건에 놓임에 따라 관세 당국의 조사망에 걸려들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업체인 벤츠가 이전가격 조작 혐의로 부과받은 추징금 640억여원의 시비 여부를 두고 국세청과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조세 당국은 이 같이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이전가격을 활용한 조세회피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려는 의지를 연초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현준 국세청장은 지난 1월 세종정부청사에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 등을 올해 집중점검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