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2019 회계연도 국내 수입차 업체별 경영실적. 출처= 각 사 종합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수입차 업체의 지난 회계연도 감사보고서가 모두 공시됨에 따라 업체별 경영실적 순위가 매겨졌다. 지난 회계연도 독일차 브랜드가 선두권을 고수한 가운데, 국내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차 업체들은 부진했다.

14일 각 수입차 업체의 2019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을 기준으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5조4378억원)가 전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BMW코리아(2조8610억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1조2012억원), 한국토요타자동차(7980억원)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회계연도가 4월 1일 시작되는 일본, 영국 등 국가에 본사를 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지난주 평일(6~10일) 기간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업체는 한국토요타자동차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회계연도 국내 불매운동의 직격타를 입음에 따라 전년(683억원) 대비 51.4% 감소한 3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회계연도 같은 일본 브랜드인 혼다코리아의 경영실적이 매출 3632억원, 영업이익 20억원 등으로 전년(4674억원·196억원) 대비 주저앉고, 한국닛산은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악재를 견뎌냈다.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일부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고착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이 같은 방안으로 소비자들의 반일 정서나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침체된 자동차 수요를 이끌어내는데도 한계가 있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한국토요타자동차가 국내 운영하고 있는 두 브랜드 토요타·렉서스의 4~6월 자동차 판매실적은 3661대로 집계됐다. 전년동기(7669대) 대비 52.3% 감소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 매출액 6751억원, 영업익 62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이 전년(1조187억원) 대비 33.7%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이전 회계연도(-344억원) 대비 대폭의 흑자로 전환됐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 본사로부터 최근 5 회계연도치의 영업이익을 지원받아 재무제표에 계상함에 따라 높은 영업이익을 보일 수 있었다. 한국·영국 양국의 국세청은 최근 5 회계연도 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재무제표에 기록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 것으로 분석하고 지난 회계연도의 영업이익 항목에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수입차업체를 비롯한 다국적기업들은 회계연도 종료 이후 본사와 협의해 재무제표 상 차량 공급가를 임의 조정할 수 있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 제도를 활용해 재무제표 수치를 자의로 바꿀 수 있다. 양측 합의로 이전가격이 높아질 경우 수입차 업체가 당초 본사에 지불한 수입 물량 매입가에 더해 증액된 이전가격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수입차 업체의 영업이익이 감소하지만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듦에 따라 법인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본사는 수입차 업체로부터 거둬들인 ‘이전소득’을 재투자하는 등 방식으로 수익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전가격 제도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셈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본사와 함께 최근 5 회계연도 동안 이전가격 제도를 세 부담 완화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지난 회계연도에 반영된 추가 영업이익은 1474억원에 달한다. 이를 영업이익에서 배제할 경우 실제론 84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 회계연도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매출액 4842억원(7위), 영업이익 281억원(5위) 등 양호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푸조, 시트로엥 등 두 프랑스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한 후 처음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수입 총판업체 한불모터스는 매출액 869억원, 영업이익 46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